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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위성통신시대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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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무성했던 논의끝에 국내 위성방송 계획이 드디어「무궁화」라는 이름을 달고 통신.방송 겸용 위성을 며칠안에 발사하게 됨으로써 우리도 위성보유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
우리의 형편에서 3천4백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통신과 방송의 기능을 확대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시의성과 기능성을 놓고 회의적 물음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각국이 정보화라는 상징적 구호아래 국가미래를 걸고전쟁에 가까운 거센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우려는 기우(杞憂)에 그칠 수밖에 없다.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간 국력 경쟁 구도상 과거의 보호주의와 폐쇄주의적 이념을 가지고는 생존능력을 지탱하기 어렵다.자유경쟁에 입각한 超국가적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만 하는 절박한 역사적흐름을 이미 우리도 타고 있다는 점에서 위성보유 의 의미는 매우 깊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이는 각국의 급증하는 위성발사와 그로 인한우주공간의 확보문제가 국제관계의 현안으로 더욱 부각되는 현실과관련이 있다.
우주공간의 유한자원에 대한 인식은 같이하면서도 이미 위성기술의 주도국들이 지배하고 있는 우주영역의 확보를 위해 국제적 차원의 규정을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후발국의 입장은 불리하게조성되기가 쉽다.
현재 위성방송 운영에 대한 국제법이 통용되고 있으나 그것도 유한한 법적 유효기간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법적 논란이 제기될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우리도 위성보유국 대열에 일단 진입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의 문화적 차원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문화개방의 유연성과 함께 우리의 문화적 고유성을 발전적으로 계승시켜야 할 당위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염두에 둘 때 무방비 상태로 일본및 홍콩의 위성방송이 밤낮없이 우리 안방에까지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해외에까지 공격적 접근을 통한 문화공략은 아니더라도 방어적 접근 수준에서 우리의 문화권을 지키고 향상시키는 미디어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무궁화호 위성 발사의 의미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는 문화전승기능 차원에서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위성기술은 아직도 선진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있는 형편이므로 이번 기회에 기술이전및 기술훈련을 통한 자체기술력 확보의 교두보를 충실히 닦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성발사에 따른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준비돼있지 않아 위성발사의 의의는 요란하게 부르짖지만 실질적인 운영방안에 있어선 공백상태가 지속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그러므로 지금까지 주무 관련부처들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정책상 문제에 있어 양보와 타협의 절차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하는제도적 과제도 안게 된다.
위성발사는 국책사업의 차원에서 치러지는 기술적 실천인 만큼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의 합리적이고 엄정한 관리체계가 시급히 정착될 필요가 있다.바로 그러한 토대위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의 미디어 산업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제가 아닌 육성의 차원에서 제도의 축이 발휘될 때 우리에게 상당히 힘겨운 위성기술 도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위성방송의 경우 기술결정론에 치우친 나머지 이번 위성이허락하는 12개채널을 동시에 활용하는「채널활용의 극대화」보다 우리의 방송실정에 알맞은「적정채널의 단계화」접근이 훨씬 유용하지 않나 싶다.
기술적 과용(過用)으로 인해 혹시나 민간위성사업자는 물론 수용자인 국민들에게 부담을 끼쳐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는 전제가 그 어느때보다 강조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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