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 씨털이 아니라 꽃가루가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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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성 질환이란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이 원인 물질인 알레르겐과 접촉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원인 물질로는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곰팡이 포자, 곤충 독, 음식물, 약물 등 수 없이 많으며 환자 개개인에 따라서 원인물질은 서로 다르다.

이중 꽃가루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질환이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이때 알레르겐이 반응하는 신체기관이 기관지인 경우에는 기관지천식, 코 점막인 경우에는 알레르기 비염, 눈 결막인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등 작용하는 기관에 따라서 다른 증상을 보인다.

꽃가루를 만들에 내는 식물은 나무, 화초, 잡초 로 나눌 수 있으며 어느 꽃가루나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꽃은 매년 일정한 계절에 개화하는데 봄, 여름, 가을에 개화하는 식물이 각각 다르다.

봄에 피는 꽃은 대부분 나무의 꽃이다. 나무의 꽃가루가 원인이 된다고 하면 흔히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 꽃, 예를 들면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장미, 목련 같은 꽃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꽃은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날라주는 충매화이므로 꽃가루가 공기 중에는 잘 날리지 않고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드물다.

반면에 풍매화는 바람이 불 때 꽃가루가 날리는 종류인데 공중으로 날린 꽃가루는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봄철에 이런 종류의 꽃가루를 생산하는 나무에는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일본삼나무 등이 있으며 꽃은 볼 품이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씨에 붙어 있는 털을 꽃가루병의 원인이라고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버드나무, 사시나무, 플라타너스 나무의 종자에는 바람에 잘 날리도록 씨에 털이 붙어 있다.

봄철에 이 씨털이 솜뭉치를 이루면서 거리 곳곳에 뒹굴어 다니다가 코로 들어오거나 눈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 씨털은 꽃가루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3대 증상은 물 같이 맑은 콧물, 연속적으로 나오는 재채기, 양쪽 코에 번갈아 가면서 생기는 코막힘이다. 또한 가려움증이 심한데 코뿐만 아니라 눈, 귀, 입 천장, 그리고 목구멍 속까지 가렵다.

코 증상은 경증에서는 발작적으로 생기는데 이때가 지나가면 다음 발작이 나올 때까지는 비교적 조용해지는 변덕성을 보이며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 또는 세수할 때에 가장 흔하지만 중증으로 되면 하루 종일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호흡기를 침범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기관지천식이 있다. 기관지천식은 알레르기성 비염보다는 드물지만 일상생활의 지장이 매우 크고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빼앗기기도 하므로 알레르기성 질환 중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기관지천식은 폐로 공기를 들여 보내는 통로인 기관지가 염증반응을 일으켜 막히는 병인데 3대 증상은 기침, 천명(숨을 쉴 때 “쌕쌕” 또는 “가랑가랑” 하는 소리가 나는 것), 호흡곤란 등이다.

기관지천식은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응급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숨이 막혀 생명을 잃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 흰자위가 심하게 가렵고 빨갛게 충혈이 된다. 대부분 알레르기성 비염과 동반되며 진단과 치료는 비슷하다.

꽃은 매년 일정한 계절에 피므로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은 매년 개화기에 맞추어 재발하는 계절성을 보인다. 사람에 따라서 원인 꽃가루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는 계절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나무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에는 알레르기 증상이 봄철에 나타나고, 잡초 꽃가루는 가을철에, 그리고 목초의 꽃가루는 여름철에 나타난다. 겨울철은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가루 알레르기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찾기 위해서는 환자의 거주지역, 알레르기의 발병시기,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 혈액검사 소견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은 좁고 꽃가루는 매우 멀리까지 비산하기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이 같은 꽃가루 영향권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풍매화의 꽃가루는 매우 멀리까지 비산된다. 멀리 있는 산이나 들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꽃가루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도심에 살더라도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릴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법에는 ▲회피요법 ▲대증요법 ▲면역요법이 있다.

회피요법은 원인 꽃가루를 멀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 꽃가루를 정확히 확인하여야 한다. 꽃가루가 확인된 후에는 그 꽃이 피는 계절에는 외출을 삼가고 창문은 잘 닫아 놓아 외부에서 꽃가루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여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이 꽃가루를 차단하고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다. 외출할 때에는 꽃가루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완벽하게 꽃가루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원인 꽃가루가 없는 지역으로 일시적인 이사를 가는 전지요법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회피요법은 철저하게 시행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요즈음은 효과가 확실하고 부작용이 적은 대증요법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철저한 회피요법의 필요성이 과거만큼 그다지 높지 않다.

대증요법은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제를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서 증상이 다르므로 각 증상에 맞는 약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대증요법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므로 중단하는 경우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회피요법과 대증요법만으로 치료가 적절히 되지 않는 경우에는 원인항원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주는 면역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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