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김기동 부부장 검사는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天網恢恢 疏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이란 말을 인용했다. 김 검사는 “하늘의 그물이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더라도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피고 김경준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김 검사는 “이 사건의 성격은 한마디로 피고인이 금융범죄를 저지른 뒤 도피했다가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 예상되자 이를 모면하려고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상황을 악용해 대한민국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가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대선을 악용해 허위 주장을 펼치며 우리 사회에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안 자체의 죄질이 중대한 데도 김씨는 검찰 및 특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고 피해액을 회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김씨가 해외로 빼돌린 불법 수익에 대한 박탈도 필요하다며 횡령액의 대부분인 300억원을 벌금으로 구형했다.
◇김경준, “재판부 기피” 퇴정=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김씨와 변호인 박찬종·홍선식 변호사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다”며 법정에서 나가버렸다. 재판부가 지난 7일 피고인 측 신청 증인인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김성우 ㈜다스 사장을 직권으로 증인 취소한 것은 불공정한 재판이란 이유에서다.
김씨 측 무단 퇴정으로 재판은 10분 간 휴정됐다. 그러나 재판장인 윤경 부장판사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곧바로 기각하고, 피고 측 궐석상황에서 재판을 계속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 기피 신청이 명백히 소송 지연 목적일 경우 해당 법관이 기각할 수 있게 돼 있다. 피고 측은 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할 수 있다.
윤경 부장판사는 이날 교도관에게 “피고 김경준이 재판장의 허가없이 무단 퇴정했으므로 다음 선고기일에도 출정을 거부할 수 있으니 강제로 데리고 오라”며 강제인치를 명령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고인 자해와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서면 사유서를 제출하고 교도관이 법정에 출석해 불출석 사유를 진술하라”고 덧붙였다. 김씨에 대한 선고재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정효식 기자
◇노자의 천망(天網)=『도덕경』 제73장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법망으로 풀이된다. 사람의 법이 놓칠 수 있는 죄라도 하늘의 법망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은 죄인을 과감하게 죽이기도, 풀어주기도 하지만 하늘의 미워하는 바는 성인도 알기 어렵다(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 或利或害 天之所惡 孰知其故 是以聖人猶難之)’는 구절 바로 다음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