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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출신들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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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9 총선 결과 부산과 경남에서 단체장 출신들이 현역 의원을 꺾는 등의 이변이 속출했다. 부산에서는 수영구 유재중, 연제구 박대해, 동래구 이진복 구청장 출신이 당선됐다. 이들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밑바닥 민심을 훑어 금뱃지를 달게됐다. 거제에서는 거제부시장을 지낸 윤영 한나라당 후보가 3선의 김기춘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낸 뒤 당선됐다.

◇수영구=박형준 한나라당 후보를 비교적 큰 표 차이로 꺾은 수영구 친박 무소속 연대 유재중 당선자는 “위대한 수영구민의 승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 당선자는 “내고장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일할수 있는 사람을 뽑은 수영구민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한 뒤 “구청장때 못다한 지역 발전을 꼭 이뤄내 구민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잘못된 정책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당당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펼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자는 특히 “앞으로도 지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일하는 이웃사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 당선자측은 “지역에 연고가 없는 상대 후보에 비해 시의원과 구청장을 거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당선자는 부산시의원과 두 차례의 수영구청장을 거쳐 다시 부산시의회에 진출했다가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었다.

◇연제구=“연제구민이 만들어준 20일의 기적입니다.” 연제구에서는 박대해 전 연제구청장이 예상을 뒤엎고 김희정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당초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김희정 후보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와 한때 박 당선자 선거사무소는 찬물을 끼얹은 듯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2639표(3.33%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박 당선자는 “출구조사 결과로 한 번 상심을 해서인지 당선 후 기쁨이 배가된 느낌”이라면서 “시의원 한번, 구청장 세번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준 연제구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또 주민 화합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 당선자는 구청장 시절 온천천 시민공원 조성 사업으로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번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를 집중 부각시킨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래구=“이번 선거는 명백하게 잘못된 공천에 대한 구민의 준엄한 심판입니다.”

한나라당 오세경 후보의 아성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선을 일군 동래구 이진복 당선자는 “부산에서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불문률을 깬 진정한 유권자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동래구청장을 지낸 이 당선자는 ‘동래구에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지역을 구석구석 누빈 결과 여유있게 오 후보를 따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동래구청 이전 반대를 비롯해 금강공원 재개발 문제 등 선거와 관련한 지역 갈등을 치유하는데 힘써겠다”며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는 공약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피 말리는 몇차례의 희비 끝에 승리한 거제의 한나라당 윤영 당선자을 존경한다”며 “4년동안 시민들을 섬기며 공약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25% 이상 앞서가다 막판에 같은 문중이라고 주장하는 윤모(43)씨가 현금을 돌린 사건이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경찰 수사결과 윤 당선자와는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난 데다 지금도 7000만원짜리 전세집에서 사는 청렴성을 호소해 741표 차로 이겼다.

윤 당선자는 거제부시장 출신의 행정전문가.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남도청내 행정요직을 두루 거쳤다. 경남도 경제통상국장으로 있을때 해외시장 개척, 농수산물 수출 분야가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완을 발휘했고 사천 외국인 전용공단을 만들어 외자유치도 앞장섰다.

강진권·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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