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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만의 정권교체와 ‘양안 공동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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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만의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됐다. 3월 22일 선거에서 새 총통으로 뽑힌 국민당 마잉주(馬英九)후보의 승리는 경제회생을 갈구하는 대만 민중의 절실한 선택이었다. 이는 한편으로 대만 경제발전의 생명줄인 대(對)중국 관계를 이념적 갈등으로 증폭시키지 말고 정책적으로 재정비, 실질적인 경제발전으로 연결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중국과 대만을 지칭하는 ‘양안(兩岸)’ 관계는 이념이나 제도적 차이, 그리고 대만을 중간 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치적 문제의 해결은 단기간에는 무망하다. 그러나 경제교류는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 가능하다. 대만의 기업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념을 초월한 경제교류의 대폭적 확대를 주창해 왔다.

물론 대만 경제의 쇠퇴를 지난 8년 동안 집권했던 민진당 정권의 탓으로 모두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정권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의 심화가 결국 정치적 종속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경계와 위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세를 보였다.

불안한 양안 관계는 대만의 국제 생존 공간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은 인구 2200만 명에 불과하지만 한때 세계 2위의 외환보유액과 12위의 경제규모를 지닐 만큼 튼튼했던 대만의 경제 침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마 당선인과 국민당은 안정적 양안 관계와 경제교류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양안 공동 시장’의 추진을 들고 나왔다. 이는 2005년 4월 롄잔(連戰) 당시 국민당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포괄적으로 제시했던 개념이다. 대만이 제기하고 있는 양안 공동 시장은 무역과 서비스업의 장애 제거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선 수준의 것이다. 대외 관세를 일치시키는 동시에 각종 생산 요소가 지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종국적으로는 유럽연합처럼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자는 제안이다.

마 당선인은 양안 공동 시장 실현의 전 단계로 우선 양측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위해 직항·직교역·직접 서신 왕래를 지칭하는 3통(通)의 적극 추진 입장을 밝혔다. 중국도 환영의 뜻에서 내부적으로는 홍콩 및 마카오와 체결한 ‘경제협력 강화에 관한 자유무역협정(CEPA)’을 대만에도 확대키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양안의 경제 관계가 그동안의 경색에서 벗어나 상호 교류가 제도적으로 확대되는 기틀을 마련한다면 한국 경제와 산업에 일정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공동 시장이 형성되면 우선 양안 간의 물류비가 대폭 줄어 국제시장에서 대만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산업에 있어서는 특히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정보통신(IT) 분야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물론 대만이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IT 산업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부분적으로나마 대만과 중국의 IT 산업이 결합한다면 한국 IT 산업의 아성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당의 재집권은 그동안 소원했던 우리나라의 제5 교역국인 대만과의 관계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을 의식해 정치적 관계의 개선은 쉽지 않겠지만 실용적 차원에서 경제 분야의 확대 및 활성화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마잉주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를 대만식으로 표현한 ‘활로(活路) 외교’를 주창하면서 경제적으로는 ‘747 전략’을 모방해 연 6% 성장, 3만 달러 소득, 실업률 3% 이하를 유지하는 ‘633 계획’을 천명하고 있다. 당선 회견에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겠다는 의지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철저한 기업논리와 시장논리로 중국 진출에 확실한 경험을 쌓은 대만 자본 및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대중국 진출 공동 전략 수립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윈-윈을 실천해 보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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