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메시지는 … 국민은 ‘MB 독주’보다 ‘대화 정치’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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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9일 오전 국립서울농학교에 마련된 종로구 청운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든 후보가 수고 많이 하셨다”며 “국정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사진=김경빈 기자]

과연 민심의 선택은 절묘했다. 이번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선택은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 힘은 실어주지만 일방 독주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얻은 153석(10일 0시20분 개표 기준)은 과반 의석을 가까스로 넘기긴 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국회의 모든 상임위에서 단독 과반을 달성할 수 있는 158석을 목표최저치로 잡았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서 빠진 의석이 민주당으로 옮겨 간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81석은 당초 전망과 엇비슷하다. 한나라당은 서울 48석 중 40석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그 같은 압승 분위기는 충청과 영남으로 내려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68석의 영남권에서 4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대부분 친박연대나 친박 성향 무소속 의원들에 의석을 내줬다. 한나라당 지지층에 속해 있던 박근혜 전 대표 지지그룹이 강하게 반이명박 정서를 표출하면서 견제론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정당 득표율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은 예상에 훨씬 미달하는 36.9%에 그쳤는데 이는 친박연대가 무려 13.2%의 득표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득표율을 합치면 50.1%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 48.7%와 거의 같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 25.5%는 대선 때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 26.2%와 비슷했다.

충청권에서도 한나라당은 일격을 당했다. 충청권 24석 중에 한나라당은 고작 제천-단양의 송광호 후보 한 명을 건지는 최악의 성적을 올렸다. 자유선진당은 충남·대전 16석 중 13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충북 8석 중 6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공략을 위해 열린우리당 출신인 정덕구 후보에게 공천을 주고,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을 영입하는 비상수단까지 동원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논란 때부터 뿌리 깊게 반이명박 정서가 잠재돼 있던 충청권 민심은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30%대에 달하던 부동층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오히려 견제론에 더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 야권에서 집중적으로 ‘거여 견제론’을 설파한 게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중진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참패 위기를 맞았지만 경기·충북·제주 등지에서 선전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기대하던 당의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현역 의원들의 개인기로 한나라당의 도전을 뿌리친 사례가 많다.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던 5명의 후보 중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제외하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무소속 이인제(당시 구 민주당) 후보 등 4명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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