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 밀어주기’로 당선된 후보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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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한 선거구로 묶인 지역은 어디 출신이 국회의원이 될까를 두고 눈치 작전을 벌인다. 소지역주의에 따른 표심의 향방이 후보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고향의 힘’덕분에 당선된 후보가 이번 제18대 총선에서도 적지 않게 나왔다.

◇하동, 23년 만에 금배지 배출=지역간 가장 접전을 벌였던 곳은 경남 남해ㆍ하동 선거구. 하동은 지금 잔칫집 분위기다. 하동 출신인 한나라당 여상규 후보가 3만4874표(56.7%)를 얻어 남해 지역 이장 출신인 무소속 김두관(2만4966표ㆍ40.6%)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남해 출신의 현역 박희태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다음 변호사 출신인 여 후보를 낙점하자 이 지역구 유권자들은 ‘무소속 대 한나라당’이 아닌 ‘하동 대 남해’의 대결 구도로 투표에 임했다.

두 후보는 유세전을 펼치며 소지역주의를 자극하기도 했다. 여 후보는 ‘(하동의) 30년 한을 풀자’고 했고, 김 후보는 ‘(남해의) 힘을 보여달라’고 했다. 여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하동은 23년 만에 국회의원을 배출해냈다. 집권 여당 후보로 당선되기는 36년 만의 일이다. 하동과 남해 간의 보이지 않는 금배지 배출 혈전은 머릿수 세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남해와 하동의 유권자가 각각 4만4010명, 4만4535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누가 더 많이 고향 출신 후보를 찍느냐가 관건이었다.

사상 최저 투표율(46%)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하동은 72%, 남해는 69.8%를 기록하며 각각 전국 투표율 1위ㆍ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투표율만 보더라도 하동 출신 후보가 유리했다. 그동안 하동은 남해에 비해 국회의원을 별로 배출하지 못했다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제9대ㆍ제10대 국회 때 하동 출신의 문부식 후보(신민당)가 당선됐고 제11대 역시 여당은 아니지만 하동 출신의 무소속 이수종 후보가 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12대부터는 줄곧 남해 출신 후보가 금배지를 독차지했다. 당시 민주정의당 박익주, 한국국민당 최치환 후보가 동시에 당선됐지만 모두 남해 출신이었다. 제13대부터 내리 5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 역시 남해 출신이다.

◇신안은 표 양분돼=전남 무안ㆍ신안 역시 ‘어느 당의 후보인가’보다 ‘무안과 신안 중 어디서 국회의원이 나오나’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무안 출신의 무소속 이윤석 후보가 신안 출신인 무소속 김홍업 후보와 통합민주당 황호순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유권자수는 무안이 5만 2690명, 신안이 3만9302명이다. 신안의 유권자수가 적은데다 신안 출신 후보가 둘씩이나 나왔으니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부친 DJ의 후광을 업은 김홍업 후보도 소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무안 출신 이윤석 후보는 신안의 유효 투표(2만2344표) 중 9%를 얻는 데 그쳤지만 무안 지역 유효 투표(3만742표)에서는 47%(1만4260표)를 얻어 든든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 반면 신안 출신인 김홍업 후보(8579표ㆍ39%)와 황호순 후보(9110표ㆍ41%)는 신안의 표를 비슷하게 나눠 가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 후보와 황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했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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