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갑 신지호 당선자, ‘젊은 보수’가‘3선 진보’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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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신지호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뉴라이트 운동의 핵심 멤버인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가 운동권의 대부(代父)이자 3선의 김근태 통합민주당 의원을 쓰러뜨렸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상징적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도봉갑에서 신 당선자가 3만2558표(48%)로 3만1278표(46.2%)를 얻은 김 의원을 1280표 차로 제쳤다.

신 당선자는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때부터 노동운동을 한 386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우파로 전향해 2004년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맡으면서 신(新)우파 운동을 주도했다. 신 당선자는 이 무렵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뉴라이트 운동 등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눠왔다. 2006년 말 신 당선자의 부친이 작고했을 때 이 대통령은 2시간여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신 당선자는 뉴라이트싱크넷, 교과서포럼 등과 함께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결성했고, 이는 다시 뉴라이트재단으로 결집됐다. 신보수 이론의 전파자를 자임한 신 당선자는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연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지원 그룹으로 활동했다.

신 당선자는 9일 “민주화 시대가 끝나고 선진화 시대가 열렸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지역은 한나라당 계열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인데 침체와 낙후를 벗어나려는 지역민의 염원이 선거 혁명을 낳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당선자는 “재야에 있으면서 줄곧 주장해 온 선진화의 비전과 정책을 의정활동을 통해 펴겠다”며 “뉴타운과 고도제한 완화 두 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당선자에게 고배를 마신 김 의원은 70년대 학생운동의 구심체였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학련) 의장을 지낸 ‘386 운동권’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를 통해 수많은 운동권 출신 인사가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의 부총재 등을 역임하고 열린우리당 내 최대 계파를 이끌기도 했던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과 함께 노무현 정부의 산파 역할을 했던 유인태 통합민주당 최고위원도 스러졌다. 서울 도봉을에서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선동 한나라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69년 서울대 재학 중 삼선 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제적당한 유 의원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4년5개월간 복역하다 풀려났다.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을 지내 ‘노무현의 남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청와대 시절 거리낌 없는 언행으로 ‘엽기 수석’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막후 조정자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여야를 넘나들 정도로 발이 넓은 까닭에 난제가 있을 때마다 당은 유 의원을 찾았다. 심지어 당선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조직 개편안의 원만한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청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 세력의 대표격인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한나라당 신인에게 패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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