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康법무장관의 잘못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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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엊그제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국회의 취하 운운하고 사면법 개정안의 재의 요구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야당 측은 그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사를 의뢰키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물론 康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보면 진의가 확대 해석된 측면도 없지 않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탄핵소추 취하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국회가 탄핵을 취하하는 게 상황을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앞둔 시점에 국무위원이 할 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냐는 소리가 나온다.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절차는 헌법에도 없다. 이렇게 매우 예민한 문제를 사견으로라도 말했다는 것 자체가 경솔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와 관련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康장관의 말대로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관리인의 위치이므로 내각 개편 등 인사는 직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헌법 어느 곳에도 이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이는 하나의 학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법무부의 최고 책임자가 불쑥 이런 말을 내뱉었으니 정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康장관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에도 宋씨 처벌에 회의적인 것 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남북 고위 당국자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인데 宋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철수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국가적 비상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집회와 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무위원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