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열며>聖 달라이 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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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설산 라다크에는수세기전에 건립된「헤미스곰파」「알치곰파」등 많은 사원들이 있다.그 사원 내.외부 벽에 그려진 불화(佛畵)나 만다라는 불교미술사에서 높이 평가되어 세계 각국 사람들의 발길 이 이어지고 있다. 라다크의 티베트불교사원 불단에는 예외없이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부처님과 함께 모셔져 있다.그 사진을 볼 때마다 티베트불교에서는 살아 있는 인간 聖 달라이 라마를 신앙의대상으로 섬기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종교.정치의 최고지도자로서 현재 인도의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비폭력 평화주의로 중국에 점령당한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한 달라이 라마의 60회 생일축하 행사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베풀어졌다.
이틀간에 걸쳐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모여「21세기를 위한 비폭력 자비의 비전」과「생태계의 조화와 환경보호의 경각심 호소」등의 심포지엄이 열렸고,6일에 열린 그의 생일축하행사는 이른 아침 마하트마 간디의 묘소에서 여러 종교대표자들의 찬팅으로부터시작되었다.그것은 달라이 라마가 간디의 비폭력.무저항주의의 사상적 맥을 계승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의 60회 생일축하연은 인도의 벤카타라만 前수상을 비롯,세계 20여개국에서 온 하객등 5천여명이 아쇼카 컨벤션홀을 가득메운 가운데 베풀어졌다.
인도의 인권위원회 회장인 랑가나 미스라 판사는 축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평화와 비폭력의 사도며 사랑과 자비의 화신으로 모든인간의 영혼을 해방시키는 뛰어난 전사(戰士)라고 격찬했다.이어진 축사와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바치는 예물 증정,그리고 남아공의 만델라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전해온 축하메시지는한결같이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정신에 깊은 존경을 표하는 내용들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답례연설에서 인도정부가 티베트민족의 문화와 종교.주체성과 자존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그는 전쟁으로는 국가나 종족,그리고 종교간의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비폭력만이 모 든 인류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질서의궁극적인 목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만은 배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따르면 사랑과 자비의 개발이 내적 평온을찾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소중히 하면 할수록 자기자신의 행복도 커진다며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티베트사람들을 도와달 라고 호소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체험이 담긴 내용을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강연해 많은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전세계 많은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예우와 추앙을 받고 있었지만 그분에게서는 조금도 권위의식같은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자신 을 위해 마련된 3일동안의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의 모습이었고,기념식수를 위해 마련된 공원의 법좌에서 찬팅할 때 다람쥐가 나뭇가지를 오르내리자 재미있는듯 바라보며 미소짓고,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진찍기에 바쁜 카메라맨들에게 다정한눈길을 보내기도해 도무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인처럼 보였다. 전세계에 흩어져 세계시민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티베트민족의종교적.정치적 상징이요 구심적 인물이기도 한 聖 달라이 라마는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이시대의 위대한 영적 지도자로 여겨졌다.
〈원불교 강남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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