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KEDO 사무총장단 入北거부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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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단의 방북을 거부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방북 거부이유는 총장단에 한국인 최영진(崔英鎭) 사무차장이 끼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2차에 걸친 베이징(北京) 남북한 회담이나 우리의 쌀지원 등을 고려할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과 벌여온 핵협상에서 북한이 한사코 한국을 소외시키려 했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오는 9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KEDO와 북한간 경수로공급협정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거나 KEDO측 협상대표단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일차적으로 남한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
콸라룸푸르회담이 열리기 전『한국형 경수로는 트로이 목마』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경수로 사업을 남한이 주도할 경우 북한에 대한 압력수단을 주는 꼴이 된 다는 우려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중심적 역할수행이 없이는 경수로사업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남한배제」라는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는데는 일정하게 성공하는 동시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北-美제네바핵합의는 물론 지난 6월 콸라룸푸르北-美합의에서「한국형 경수로」라는 용어의 사용을 배제한 것은「성공」이지만 경수로 노형선정권을 KEDO에 부여하고 한국형 경수로의 기술적 특성을 합의문에 포함시키는데 동 의한 것은 「실패」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경수로협상도 현재까지는 경수로를 공급받는것보다는 韓美관계 소원화 전략의 수단에 불과한 면이 강하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콸라룸푸르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경수로 공급협정 협상은 KEDO와 북한이 하도록 돼 있으며 경수로사업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보장받은 만큼 KEDO내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崔차장 방북거부에 대해 정부가 『KEDO 협상대표단에한국대표가 포함된 것을 북한이 트집잡는다면 경수로협상은 열릴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천명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KEDO와 북한간 협상이 다가오면서 남북한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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