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메나텝銀 적대적 기업인수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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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러시아의 10대 은행중 하나인 「메나텝」이 과자류 제조업체인「붉은 10월」의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려다 실패한 것은 러시아자본시장이 세련됐다는 점과 함께 자본시장의 주요 참가자들이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려는 의욕을 과시한 사건이었 다.그 인수 시도 과정은 러시아의 새로운 상장기업들을 통제하려는 금융기관들에하나의 지침이 되고 있다.
상장 기업에 대한 러시아의 첫 공격적인 매수가 되는 이 사건은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즉 주주들은 러시아 기업경영자들에게 경영개선을 통해 주가를 올리거나 아니면 기업인수에 대처하도록 압력을 가한 셈이다.기업인수기도에 대항해 붉은 10월을 방어한 「그랜트 파이낸셜 센터」의 이사인 올레크 차르코프 이사는 『이 사건이 주는 주요 교훈이라면 주주들이 결국에는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나텝의 관계자들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붉은 10월 주식의 51%를 취득하려 했으나 25일밤으로 끝난 2주간의 입찰 기간동안 이보다 적은 수량이 입찰에 나왔다고 밝혔다.팔겠다고 주주들이 내놓은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밝히길거부하면서 메나텝측은 주식을 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대신 붉은 10월 임원들과 이루어낸 합의를 통해 메나텝은 지분이 1%인데도 불구하고 붉은 10월의 이사회 19개자리중 2개를 확보할 것같다.
메나텝은 또 붉은 10월의 금융 자문역할을 맡으며 중소 러시아 제과업체의 인수에서 붉은 10월과 전략적으로 제휴할 것이다. 메나텝의 매수시한까지 투자자들은 붉은 10월의 경영진들과 대규모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을 벌이거나 시장에서 천천히 주식을 사모았다.
이 적대적인 기업인수건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훨씬 더 투명하게 했으며 그것이 정치화되거나 추해지는 것을 방지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누구도 야만적인 방법으로 반응할 수 없었다』고 얼라이언스 메나 텝 투자은행의 유리 밀네르 사장은 말했다.『그것은 홍보와 성명서 전쟁이었다.죽이거나 발포하는 일은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개적인 과정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은 메나텝의 실수로부터 배운 바가 있었다.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메나텝이 너무 매수가격을 낮게 잡았다고 말했다.당초 매수가격은 주(株)당 7.5달러였으나 그후 9.5달러로 높였다.붉은 10월의 현재 주식수는 6백30만주인데 이 가운데 51%의 시가는 3천50만달러에 달한다. 기업매수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우려해 메나텝은 붉은 10월의 주주중 누가 매도할 것인지 주요주주들과 상의하지도 않았다.
또 주식의 30% 이상을 갖고 있는 붉은 10월의 근로자들을 구슬릴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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