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피닉스市 "여름휴가는 사막으로"이색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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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북적거리는 해변 대신 폭염의 사막으로-」.
미국 애리조나州 피닉스市 관광국 관리들은 여행객들에게 올 여름엔 섭씨 43도의 자연을 방문하도록 권한다.이는 이 지역 관광입지의 계절적 제약을 극복해보려는 시도인데 성과가 의외로 좋다. 피닉스지역 휴양시설의 여름철 이용률은 3년전 50% 정도였지만 올해는 70%를 웃돌고 있다.놀라운 일은 이런 성과의 비결로 각종 관광요금을 올린 것이 한몫했다는 점이다.
피닉스의 관광캠페인은 오늘날 관광산업의 우선적 공략대상이 비수기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른바 「선벨트」지역(미국 남부 온난지대)도시들은 타는 듯한 여름을 내세우고,알래스카는 겨울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몬태나는 가장 한산한 가을을 광고하는 반면 뉴욕시는 관광객이 적은 1,2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유치전략은 부분적으로 성수기에 관광객이 너무 집중되는데 따른 수요분산책이기도 하다.
알래스카州 앵커리지市 관광국대변인은 『여름에는 수용능력이 다차기 때문에 겨울을 권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비수기 유치전략은 호텔방값등 각종 관광요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성수기의 고객을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해당관광지를 처음 찾는 「처녀 손님」은 비수기의 엉성한 서비스에 첫 인상을 흐려 버릴 우려도 있다.알래스카는 겨울 내내 어두운 낮이 계속되고 피닉스의 여름은 자연정취가 겨울보다 못하다.호텔의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은 수리한다는 이 유로 문닫기일쑤고 통신시스템의 시설확충 공사도 비수기에 이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휴양지 장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각종 세금과 임차료등이 1년 단위로 매겨지기 때문에 비수기 수입을 늘리는 게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알래스카는 여전히 여름 관광객이 85%로 압도적이지만 비수기유치노력에 힘입어 겨울손님 비율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각종 회의 유치로 벌어들인 수입이 90~91년 1천8백60만달러이던 것이 94~95년엔 3천5백40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피닉스는 더욱 고무적이다.올 여름 현지 호텔에 소규모 회의를열기 위해 이미 지난 겨울 예약문의를 했는데도 간신히 회의장을잡을 수 있었다고 한 회사 간부는 전했다.
몇년전만 해도 애리조나州는 겨울철 하룻밤 3백달러에 달하는 호텔방값을 여름 비수기에 무려 22달러까지 내렸는데도 객실 절반을 채우기 힘들 정도였다.
이 모두 『덥긴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소극적 홍보자세를 버리고 객실요금인상.광고물량증대등 공격적 경영으로 전환한 덕분이다.해외광고도 어느 정도 주효해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5년전 1%에서 5%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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