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韓美 경협의 풀어야할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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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오른편 숲속에 지난 92년6월부터 추진돼온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이 준공됐다.기념비건립 재단측은 취지문을통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에서 전사한 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한국에서 군복무한 사 람들에게 국민적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선포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국전문가들은 『워싱턴 관리들이 기념공원 제막식의 의의와 양국 원수의 만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 행사로써 韓美간의 관계가 일상의 통상마찰 차원을 넘어 강한 동맹관계로 새롭게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면 韓美 양국이 상호이해와 협조아래 풀어야 할 경협과제들은 무엇인가.
첫째는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측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미국상무부는 한국시장을 새롭게 부상하는 세계 10대 시장의 하나로지목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지역에 대한 시장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산하에 亞太지역 무역정책위원회를 발족 시키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對미국 교역은 약18% 증가하였는데 이는 미국 전체 교역증가율 12.5%를 능가하고 있으며 對브라질(34%증가)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이다.특히 올해 5월말까지의 對미국 평균 수입증가율이 약48%를 넘고 있으며 우리의 무역수지는 32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韓美관계는 일방적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과는 분명 구별돼야 한다.최근 미국의 통상압력이 무역수지의 균형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이익집단의 각개격파식 현안을 그대로 수용하여 무차별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전체 우 선순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절제돼야 할 것이다.
둘째로 개방의 속도에 대한 상호인식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할것이다.한국의 개방속도는 수용능력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있는 것이다.
멕시코경제의 어려움은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잘못도 있지만 과도한 개방속도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오늘의 멕시코 경제사정이 미국과 세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미국은 이미 한국의 발전과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기계류와 전자부품 등의 품목에서 한국 수출을 50~60%증가시키고 있으므로 그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계속 야기되는 통상분쟁은 쌍무적이 아니고 세계무역기구(WTO)체제아래에서 해결되어야 한다.새로운 무역질서의 재편에 따라 국제적으로 정당성이 용인되지 않은 통상압력의 행사는 지양돼야 할 것이다.이번 일본에 대한 자동차시장 개방 압력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국내에서조차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였다.
美의회 깅그리치 하원의장도 일본에 대한 공개적 위협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美日무역의 단절과 대불황의 가능성을 무시한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 다.
넷째,양국 산업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최근 韓美간 반도체.항공기.환경설비.통신기기등 9개 첨단분야의 기술협력이 추진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지난해 우리나라에대한 일본의 투자는 약 50% 증가하였으나 미국 의 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으므로 외국인 전용공단의 설치와 지원제도의 강화등을 이해시켜 미국투자 유치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韓美통상마찰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데는 상호간 불신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이는 한국이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현안을 원만하게 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오랫동안 지속된 일본통상정책에 대한 불만과 한국의 통상정책성향이 일본과 유사하다는 미국측의 일부 오해에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우리측의 준비부족,국민여론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약속한 조치의 실시가 지연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 약속한 사항에 대해서는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켜줌으로써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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