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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수장이 바뀐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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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총선이 끝나면 앞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가운데 꽤 여럿이 옷을 벗을 전망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사람이 바뀌는 것이 현실 정치의 속성이다. 그런데 모든 경우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을 잘하는 사람은 예외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능력과 실적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은 더욱 그렇다. 특허청이 그중 하나다. 이런 자리까지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세계 4대 특허강국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시중에는 전상우 특허청장의 경우 마침 2년 임기도 다 됐기 때문에 갈린다는 소문이 있다. 벌써 그의 후임이 정해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임기가 다 된 사람을 교체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따져볼 게 있다. 특허청장 임기가 정부의 다른 산하 기관장보다 1년 짧은 것은 경영실적을 보고 한번 연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실적이 별 볼 일 없으면 2년으로 끝이지만 잘했으면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2년 임기제를 처음 적용받은 사람이 전 청장이다. 그는 특허청 내부에서 승진한 첫 청장이기도 하다.

올해 초 그를 집중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주된 관심사는 국가 간 특허 침해 소송에서 어떻게 하면 국익을 지켜낼 것인가였다. 이를 위해 그는 변호사만이 법정 대리인이 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고쳐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 작전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뜻을 관철하기 위해 그는 밤낮으로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녔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아직 그의 뜻은 관철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이 몇 년째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법조계가 변리사의 동참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이 제도 하나는 고쳐놓고 특허청을 떠나야 한다. 그만큼 제도 개선에 열정적인 사람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한국어로 국제특허를 제출하도록 세계 특허 규정을 고쳤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특허 심사도 도입했다. 뚜렷한 실적을 가진 특허청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특허를 앞세운 지식경제 사회를 대비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내한했던 유겐 포프 독일변리사회장의 말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