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市의 물가 관리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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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4년만에 민선(民選)시장을 맞은 서울시 행정은 여러가지로 변혁이 시도되고 있다.전시성(展示性) 도시계획이 재검토대상에 오르고,시민의 편의증진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비스요금을 치르고 있는 서울시민의 입장에선 행정력에 의한 물가관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새 시정(市政)방향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서비스업의 물가관리를 위해 지도대상업소를 종전의 4만개에서 7만개로 늘리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식당.목욕탕.이발소등과 같이 자의로,또는 협회의 종용에 따라 요금을 올리는 업소는 물가단속반을 동원,조사.지도하 되 「말을 안들을 때」는 위생.세무감사 등으로 혼을 내겠다는 것이다.
현장점검에 의한 물가단속이 효력을 발휘한 적이 물론 있지만 그때가 어느 때인가.행정력에 의한 물가상승억제는 완전히 시절을거꾸로 돌리는 발상이다.이미 그런 고식적(姑息的)인 물가관리는약효가 떨어진지 오래다.그런데도 새 시정의 너 울을 쓰고 다시선을 보인다는 것은 잘못이다.지금까지 단속대상업소가 4만개였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거니와 일손이 모자란다고 민원인들에게 비명을 지르는 市공무원들이 현장지도(現場指導)를 나갈 여유는 있다고 말하면 자기 모순이다.
서비스업종의 물가가 횡포를 부리면 시정은 경쟁체제에 의한 요금상승억제를 겨냥해야 한다.독과점품인 휘발유조차 주유소의 자유경쟁에 의한 가격파괴로 인상억제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시장경제(市場經濟)원리에 가장 밝은 새 시장이 현장 단속에 의한물가상승 억제방침을 선택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자체의 방만한 물가관리를 걱정한 나머지 물가상승억제에 진력(盡力)하는 지자체에 예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새 서울시정이 이 점에 착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재정자립도가 98%에 이르는 서울시로서는 좀 더 현명한 방식을 고를수도 있지 않은가.또 서비스요금이야말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質에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서비스물가를 관리한다고 하다가서비스 質만 떨어뜨리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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