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때 실력이 쭈욱~ 창의·사고력 키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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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15년차 초등학교 교사와 자칭 일산의 치맛바람 엄마라는 12년차 주부가 함께 책을 냈다. 서울 방이초등학교 허필영(39) 교사와 ‘우리아이 책카페(cafe.naver.com/nowbook.cafe)’라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허정은(38)씨. 나란히 딸 둘을 둔 동갑내기 친구 사이이자 자녀 교육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동지다. 『아이의 평생경쟁력, 초등 1년에 결정된다』의 저자인 이들이 후배 엄마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을 ‘엄마들의 수다’로 재구성했다.

학교 찾아가 아이 평소 모습 살펴야
허필영(이하 필)-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 엄마들 스트레스도 아이 못지 않지?
 허정은(이하 정)- 맞아.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시험은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이 방면 선배 엄마들의 말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니까.(웃음)
 필- 나도 그랬어. 나 자신이 초등학교 교사면서도 말이지.
 정- 제일 어려운 게 담임선생님 찾아뵙는 거더군. 학교에 가보는 게 좋은 건지, 빈손으로 가면 눈치 보이지는 않을지 고민이더라고.
 필- 아이들이 집에서와는 딴판인 경우가 종종 있어.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 정도는 꼭 참석해 아이 학교생활을 확인하는 게 좋아. 그런데 보통 내 아이만 관심 갖고 보는 게 안타깝더라. 반의 전체적인 분위기, 주위 친구들, 교실의 이모저모를 두루 살펴보면 좋은데.
 정- 맞아.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는지 알고 나니까 아이가 하는 말이 더 잘 이해돼. 전반적인 코칭에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필- 아이에 대해 더 세심히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아.
 
열성엄마, 힘의 안배도 중요
정- 선생님과 개별 상담할 때 그냥 가기도 그렇고 선물을 사 가려니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라. 나 같은 경우 그냥 몸으로 때웠지만.(웃음) 교실 청소하러 많이 갔던 편이야.
 필- 사실 엄마들이 청소하러 와주면 교사 입장에서야 좋지. 하지만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니까 또래 엄마들이 하지 않는다면 굳이 교실 청소에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수업시간에 상으로 나눠줄 수 있는 사탕을 준비해 주면 어떨까. 부담스럽지도 않고 성의 표시도 할 수 있으니까. 우리 애는 예전에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자기 용돈 중 500원을 같이 넣어서 보내더라고. 아이스크림 드시라고.(웃음)
 정- 문제는 내 아이만 예뻐해 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학교를 찾아가는 엄마들이지. 우리 애만 특별대우해주길 바라니까 촌지가 생기는 거고. 치맛바람이라는 게 별 게 아닌 것 같아. 학교에 봉사하는 마음, 내 아이 가르치는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 엄마가 정성을 들이면 아이도 교실에서 엄마의 공기를 느끼는 것 같더라.
 필- 조력자로부터 아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 엄마 나름의 지도 방법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 아이가 잘하는 부분이나 약한 부분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계속 변하니까 한 학기에 최소 한 두 번은 찾아가는 게 좋다고 봐.
 정- 초반에 너무 힘을 쏟다가 나중에 지치는 엄마들도 있어. 학부모회에 나가보면 고학년으로 갈수록‘물갈이’가 되는 걸 목격하거든. 평생교육시대라고 하는데 좀 더 전략적으로 힘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체험교육 힘쓰면 상 탈 확률 높아져
 정- 내가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안 보내본 학원이 없을 정도였던 것 알지? 그런데 학교 보내보니까 전혀 보람이 없더라고. 영어다 수학이다 선행학습 시키고 이것저것 욕심냈는데 막상 저학년 수업에서는 쉬운 것만 가르치니까.
 필- 저학년 때는 예체능이나 체험 교육에 투자해야 해. 학교 공부가 쉬우니까 성적에 대한 부담도 없고. 또 창의력이나 상상력, 감수성 같은 면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니까. 다만 미술학원에서 정형화된 기술만 배워선 안 되겠지. 그런 그림은 딱 보면 티가 나.
 정- 아이들이 대회에서 상 타는 방법, 의외로 간단하더라. 학교에서 하는 글짓기나 그림 대회는 보통 미리 일정이 나오잖아. 아이한테 “내일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하는데 어떻게 그릴 생각이야?” 하고 물어보는 거야. 그럼 아이가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게 되거든. 글짓기 대회도 마찬가지로 주제에 대해 같이 얘기해 보면 돼.
 필- 우리 애도 한 번은 글짓기로 상을 탔는데, 뭘 썼냐고 물어보니까 예전에 같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썼다더라. 직접 가서 보고 느낀 게 기억에 남았나봐.
 정- 반에서 임원 되는 방법도 비슷해. “너는 임원이 왜 되려고 하니?” “친구들 앞에서 말할 때 큰소리로 말하면 좋겠네? 조금 웃기면 더 잘 기억하겠다” 하는 식으로 같이 아이디어도 내고 의논해 보는 거야.
 필- 임원이 되거나 상장 받는 건 중요한 경험이야. 한 번 성취감을 맛보면 자꾸 노력하게 되거든. 자기 주도적 학습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거지.
 정- 맞아. 초반에 습관을 잘 잡아주면 나중이 편하더라고. 공부든 생활 습관이든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니까.(웃음) 자꾸 해줘 버릇하면 안 돼.
 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진 창의력, 사고력, 스스로 하는 습관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된다고 봐.

Tip_선생님은 어떤 엄마를 좋아할까?
좋아하는 엄마
- 선생님이 교육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대하는 엄마
- 학년 내내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는 엄마
- 아이를 잘 챙겨서 학교에 보내는 엄마
-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엄마
- 어려운 문제로 상담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대하는 엄마
좋아할 수 없는 엄마
- 아이의 단점이나 실수를 거짓말로 감추면서 무조건 감싸는 엄마
- 말 많은 엄마, 소문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엄마
- 사소한 일로도 곧장 교장실로 달려가는 엄마 우리 아이만 차별한다고 우기는 엄마
- 선생님을 ‘고용인’으로 여기고,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를 지시하는 엄마
- 선생님 앞에서 다른 선생님을 흉보는 엄마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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