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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火藥庫보스니아>中."왜 우리만 미워하나"세系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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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왜 모두 세르비아人을 비난하며 회교도편만 드는가.』 보스니아 유엔안전지대의 인근지역을 생활권으로 삼고 있는 세르비아人들은 한국에서 온 특파원에게 한결같이 이런 원망을 던지면서 서방언론은 사태를 정확히 보도하라고 비판한다.
아닌게 아니라 국제사회는 보스니아 세르비아系의 인종청소를 비난하고,유엔안전지대를 공격하는 세르비아系의 불법행동을 비난할뿐보스니아 회교도에 대해서는 동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보스니아 영내까지 태워다준 택시운전사 블랑코(34)는 보스니아 도보이 출신이다.그는 『당신네나라에서는 한번도 독립된 나라를 갖지 않았던 어떤 민족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들만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 그냥 들어주겠는가』라고 보스니아의 독립을 비난했다.
삶의 터전이 보스니아와 많이 겹쳐 있는 新유고연방 접경지역 주민들은 더 직설적이었다.보스니아에 자신의 땅을 갖고 있다는 얀치(52)는 『전쟁전 세르비아人은 보스니아 영토의 65%를 소유했다.이제와서 땅을 내놓고 49%만가지라는 요 구를 어떻게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얘기한다.주민들의 주장은 단순하다.「옛날처럼」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회교를 믿는 세르비아人과 세르비아 정교를 믿는 세르비아人들의사이가 전쟁 전에는 이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스테파노비치(68)는 『나는 이웃인 회교도 지오 하지 크라이치와 땅을 공동명의로 산 뒤 그가 독일로 돈을 벌러 떠난 지금도 그의 집을 관리해주고 있다』고 했다.
회교도 여성들이 세르비아人 남자에게 시집오지는 않았지만 세르비아人 여자가 회교도 남자에게 시집가는 일은 흔했다.사이좋은 보통 이웃이었다.
이들은 『그러면 세르비아人은 모두 잘했다는 것이냐.부녀자에 대한 강간을 일삼고 「인종청소」를 자행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세르비아人도 나쁜 짓을 한다.그러나 왜 회교도가 나쁜 행동을하면 가만히 있으면서도 세르비아人만 비난하느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주장이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하지만 4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유고 내전의 1차적 책임이 「大세르비아주의」를 내세워 무모한 침략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세르비아측에 있다는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전쟁을 치르면서 그들도 회교도나 크로아티아人들로부터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그러나 자신들만 옳고 회교도는 나쁘다는 이러한 자기합리화에서 내전 당사자들 사이에 깊게 자리한 감정의 골을 읽을 수 있다.
평화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어보이는 이같은 감정의 골이 바로 보스니아 내전을 피가 피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같이 살 수 없다.티토가 다시 살아나온다 해도 마찬가지다.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렸다.오랜,아주 오랜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즈보르닉 주민 빅토르비치 노인의 한탄에서 보스니아 사태의 해 결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즈보르닉=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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