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다시보는 세계시인展-솔출판사 기획 8권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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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70년대 출간된 「민음사版 세계시인選」이래 20여년만에 동서고금의 중요 시인을 소개하는 「세계시인선」이 솔출판사에 의해 기획돼 첫 8권이 서점가에 나왔다.
민음사판이 영어.불어권 시인 위주로 간행된 것에 비해 솔의 세계시인선은 영어.불어권을 포함,중국등 아시아.스페인.라틴 아메리카.아프리카등의 시인까지 아울러 진일보한 세계 시인들의 국내 소개로 평가된다.
또 한국의 김소월.노천명.김수영.김지하.기형도등의 시선도 펴낼 예정이어서 국내용이지만 한국 시인들을 세계 시사에 포함하려는 편집진의 주체적 의도가 이채롭다.
이번에 새로 번역돼 나온 8권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1916년 부활절』(영미권),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사랑의시체』,미겔 에르난데스의 『양파의 자장가』,비센테 알렉산드레의『파괴냐 사랑이냐』,니카노르 파라의 『아가씨와 죽음』(이상 스페인어권),장 주네의 『사형수』,기유빅의 『가죽이 벗겨진 소』,프랑시스 퐁주의 『일요일 또는 예술가』(이상 불어권)등이다.
이중 스페인의 에르난데스,칠레의 파라,그리고 프랑스의 장 주네.기유빅등 4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에르난데스(1910~1942)는 양치기 일을 하다 스페인 내란때 공화파에 가담,수차례 투옥끝에 옥사한 인물이다.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비극 속에서 사랑의 승리를 갈구하는 게 그의 시의특색이다.
파라(1914~1955현재)는 일부러 시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와 이미지를 혼합시켜 반시(反詩)의 유머를 제공한다.
절도범 출신 소설.희곡작가로 국내에 알려진 장 주네(1910~1986)의 시는 감옥.살인.사형수등 어두운 세계를 거친 언어로 표현,역설적으로 아름다움을 그리워하고 있다.
기유빅(1907~1955현재)은 단순한 형태의 짧은 시행들로언어가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행간에 의미를 불어넣고,나아가 여백 속에 의미의 기(氣)를 살려내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1차분 번역자는 차례로 황동규(서울대 영문과),정선옥(마드리드 유학),배은정(서울대 스페인어과),김승기(효성가톨릭대),강태진(효성가톨릭대),오세곤(연대 불문과),이건수(충남대 불문과),박동찬(전남대 불문과)씨다.
원문을 함께 실은 솔의 세계시인선은 올해 내로 중국의 노신.
유종원,영어권 애시배리.올슨.엘리어트,독어권 페터 한트케등 50여 시인들의 시선이 발간될 예정이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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