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관이 私設학원 둔갑-강좌 절반이상이 有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속셈.컴퓨터.피아노.태권도.미술.중학생영어수학반.꽃꽂이.주부노래교실.성인기타.영어회화…」.
서울강서구 임대아파트단지에 정부지원으로 설립.운영되는 K종합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 60여개 가운데 40여개가 「유료」강좌다.저소득층의 자립능력을 키운다는 당초 설립목적이 무색하게 「사설학원」으로 전락한 셈이다.
서울P복지관에는 사교댄스 강좌가 있고,서울K복지관 등에는 에어로빅.메이크업(화장)강좌도 있다.대부분 사회복지관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초.중생들에게 방학숙제나 진학지도를 하는 「방학강좌」도 개설됐다.중산층을 위한 「레저센터」처럼 변칙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수강료는 월 5만원 미만(일반학원의 30~60% 이하)이나 이마저 부담키 힘든 저소득층은 자신들을 위해 설립됐다는 사회복지관에 대해서까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전국 2백41곳 사회복지관의 상당수는 불우 청소년.노인.장애인등을 돌보게 돼 있는 본령을 벗어나 유료프로그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년 30.5%에서 95년 50%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파출부 및 고령자 취업알선과무료진료.어린이집 운영등 손꼽을 정도며 그 내용도 수요자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높다.
이같은 사회복지관의 파행운영은 무엇보다 운영비의 80%를 대준다는 정부보조금이 1곳당 연 4천만~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이 정도의 보조금은 사회복지관 총 운영예산의 평균 37.6%수준이다(한국사회복지관협회 조사).
서울강동구 K복지관 관계자는 『유료프로그램 변칙운영의 심각성을 모두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보조비 연 6천7백70만원은 직원 15명 인건비의 절반도 안돼 문을 닫지 않으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문가들은 파행운영의 또다른 주요원인으로 ▲법인부담금이 예산의 평균 10% 미달▲사회복지관장의 비전문성(서울의 경우 30%는 사회복지사가 아님)에 따른 후원금모금.프로그램개발의 미숙 등을 꼽는다.또한 ▲정부보조금이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책정되지 않고 시설규모에 따라 일률지급되며 ▲자원봉사자 확보가미약한 점 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관계자는 『복지관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되,대신 예산감사에 그치고 있는 지도감독을 강화해 사회복지관이 저소득층을 위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관은 현재 서울 62개등 전국에 모두 2백41개가 있으며,연말까지 2백97개로 늘어나게 된다.
〈李榮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