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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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미리는 마치 우주를 자기 안방인 양 걸어다니며 말했다.
『상상력의 눈으로 본다면 바다를 따라 끝까지 가면 정말 지구의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폭포에 의해 깊고 깊은 우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요.아직 그 폭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뿐이지.이쩌면 그 폭포는 버뮤다 삼각지대 등의 신비 속에 감추어져 있는지도 모르죠.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그것은 무지의 시작에 불과해요.영혼과 정신이 들끓던 중세 시대에서 인류는 원시적인 방식으로 하나씩 깨달을 것이 아니라 초월의 세계로 들어가야했어요. 소위 합리적인 과학꾼들이 오히려 영적인 세계를 죽여버린 거죠.결국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에야 심리학과 미시물리학이만나면서 인간 정신을 해방시키기 시작하고 있어요.그러나 아직도그 결과를 주장하기에는 인간의 무지가 깊어요.』 그녀는 갑자기손을 들어 무엇인가를 잡았다.그녀가 손을 펴니 손안에는 조그마한 운석이 하나 잡혀 있었다.주미리는 그 운석을 민우에게 건네줬다. 『만져 보세요.아직도 따뜻해요.당신이 어린 시절 발견하면 즐거워했던 그 별똥별이에요.』 『이 우주 공간에서는 아무도우리를 방해하지 않을 것같군요.』 『생명이 원하지 않는 한 이우주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죠.마치 옷을 벗겨주기를 기다리는 첫날밤 신부와 같이… 그러나 생명이 원하면 우주는 반응해요.생명의 반응만큼….』 주미리는 민우의 손을 잡고 은하수 위로 올라가 앉았다.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보고 싶어 했던 은하수예요.서울 하늘에서는 오래 전부터 볼 수가 없었죠.』 하얀 별무리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차가워졌다.
『저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별자리들이 있어요.저것은 북두칠성,저것은 카시오페이아좌,전갈좌,사자좌,쌍둥이 좌….』 주미리는 별자리를 하나씩 가리키며 이름을 말했다.모두 민우가 어렸을 때낯익었던 별자리 이름들이다.
『이런 것들을 왜 나에게 보여주는 거죠?』 민우가 궁금해 물었다.주미리는 마치 민우의 어린 시절을 역으로 훑 듯이 어린 시절의 스쳐갔던 기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마치 분석이라도하듯이….주미리가 빙긋 웃었다.
『당신이 삶을 소중히 했으면 해서요.영혼이 삶에서 가장 궁금한 게 뭔지 아세요?』 『글쎄,영혼에도 궁금한 것이 있나?』 『한번 맞혀 보세요.당신이 일본에서 발견한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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