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중소기업 제품은 싸야 된다는 편견 고급모니터로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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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비티씨정보통신의 김성기(45·사진) 대표는 “중소기업이지만 디자인과 품질에 역점을 두다 보니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11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2000년부터 LCD 모니터를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88년 키보드 생산업체로 출발한 비티씨는 93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을 만큼 잘나가는 업체였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산 제품에 밀려 어려움을 겪은 끝에 주력 제품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니터 분야도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대만의 뷰소닉, 일본의 소니 등과 경쟁을 해야 했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완벽한 품질을 시장에서 인정받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89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비티씨에 입사한 그는 2001년부터 디스플레이 사업본부장으로 회사의 변신을 주도했다. 2003년부터는 대표를 맡고 있다.

비티씨의 고급모델인 ‘제우스’ 시리즈는 같은 크기 제품의 값이 대기업 제품보다는 10% 정도 싸지만 중소업체보다는 10~20% 비싸다. 중소업체로서는 상대적인 고가 정책을 편 셈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A급 패널만 사용하고 결점이 발견되면 무조건 교체해주는 정책을 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국에서 ‘방문 AS’도 시작했다. 낯선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2006년에는 ‘제우스3000 202SF’가 산업자원부로부터 ‘굿디자인’ 제품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2인치 모델 2개 역시 같은 상을 받았다. 이 회사의 ‘제우스 7000’은 지난해 말 모니터4유(www.monitor4u.com)와 다나와(www.danawa.com)가 선정한 ‘가격대비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24인치 모니터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삼성전자·LG전자·델 등 대기업 경쟁 제품을 제친 것이다.

김 대표는 “20인치 이상 대형 LCD 모니터가 호평을 받으면서 지난 회계연도(2006년 10월~2007년 9월)에 매출액 590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에는 의료용과 산업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제품이 팔리고 있어 11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규 분야에 진출하느라 38억원 적자를 봤지만 올해에는 다시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자신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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