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3단계 금리자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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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3단계 금리자유화 조치가 24일부터 실시됨에 따라 금융권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자유화이후의 달라진 금융환경에서예상되는 변화와 금융권의 움직임및 대응전략 그리고 효과적인 재테크 전략등을 부문별로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이번 금리자유화 조치에 따라 은행 요구불 예금과 일부 단기예금을 제외한 대부분 여수신 금리의 「족쇄 풀기」작업이 거의 마무리 됐다.이미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3단계 자유화 대상 여수신 금리의 상당 부분이 자유화됐기 때문에 이번 자 유화 대상은전체 금융기관 수신의 2%,여신의 5.8%에 불과하다.그러나 내용면에서는 금융기관은 물론 가계.기업,그리고 자금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굵직한 것들이 적지 않다.
이번 금리 자유화의 내용은 크게▲상업어음 할인등 정책 지원 대상 자금의 금리 자유화▲양도성 예금증서(CD).기업어음(CP).표지어음등 단기상품의 만기 단축및 최저발행 금액 인하▲6개월~1년미만 정기예금및 1년~2년미만 적금 금리자 유화로 요약된다. 일반인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지는 못할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금리자유화 진행 과정이 그랬듯이 이번 조치도 알게 모르게 가계.기업의 財테크나 자금운용 행태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자유화이후 분야별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지금까지는 돈 푼깨나 있는 재산가나 투자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던 CD.CP및 표지어음등이 「보통 사람」의 재테크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이들 상품의 최저발행금액이 낮아지고 최단 만기도 단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상품은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돈을 만기 1년이상의 예.적금 또는 신탁등에 부어놓자니언제 꺼내써야할 상황이 될지 몰라 걱정이고,주식 투자는 엄두가나지 않아 금리가 낮은 예금에 「묵혀 두는」 사람들이 이들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1년이상 2년미만 적금 금리는 일부 은행들이 가계고객에 대해지금(연8.5%)보다 0.5%가량 올릴 방침이지만 여전히 적립식신탁등 경쟁상품보다 금리가 낮아 새삼 인기를 모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또 1년미만 정기예금의 경우 「꺾기용」으로나일부 쓰이는 실정이어서 금리가 다소 올라도 별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는 못할 전망이다.
은행의 상업어음 할인금리가 현재(연9~9.5%)보다 평균 1%포인트 정도 오르게 돼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은행들은 우대금리를 그대로 두되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0~2%의 차등금리를 더해 할인해줄 계획이라 중소기업들 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상업어음 할인을 받고 있는 기존 중소기업중 10~20%에 해당하는 초우량기업은 종전보다 부담이 별로 늘지 않겠지만 나머지 80~90%는 앞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더늘어날 전망이다.
6월말 현재 은행권의 상업어음할인 잔고가 17조7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1% 더 오른다면 중소기업은 2천억원 가까운 추가부담이 생기는 셈이다.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할인을 더 많이 해달라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요구지만 은행들의 상업어음 할인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할인금리가 약간 오르더라도 아직 마진이 적어 은행들이 적극 할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담보력이 약하거나 신용이 좋지않은 중소기업들이 신규로 할인받을 기회가 열리기도 어려워 보인다.따라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번 자유화조치가 별로 반갑지 않은 셈이다.
한편 단기상품의 만기.금액 구조가 다양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 여유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테크 전략을 새로짜야할 판이다.
***자금시장 CD.CP등이 대중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단기 예.적금금리도 소폭 오를 것으로 보여 요구불예금이나 저축예금등에 들어있는 돈 가운데 일부가 이들 상품 쪽으로 옮아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결제성 요구불예금중 최소한 2.5%인 1조원정도가 이번 자유화대상 상품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투금사 CP를 사놓고 있는 투자자금(36조원)중 일부도 은행 CD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앞두고 거액 자금들이 당분간 단기상품으로 떠돌 조짐을 보이고 있어 CD.CP의인기는 더 높아진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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