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달고 뛰는 K-리그 브라질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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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말라깽이 공 잡았습니다, 난쟁이에게 패스….”

브라질 축구 중계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포르투갈어로 지코는 ‘말라깽이’, 둥가는 ‘난쟁이’이다. 이름이 긴 브라질 사람들은 별명을 이름 대신 쓴다. 위 중계에 선수 본명을 넣는다면 “아투르 안투네스 쿠임브라 공 잡았습니다. 카를루스 카에타누 블레도른 베리에게 패스…”가 된다. 이들은 어릴 적 신체의 특징이 이름이 된다.

올 시즌 K-리그의 문을 두드린 브라질 선수들 중에서도 독특한 사연을 담은 이름이 적지 않다. 올 시즌 등록 외국인 선수 38명 중 6명이 셔츠네임(등록명)으로 자신의 본명과는 무관한 닉네임을 쓰고 있다

성남의 새 외국인 선수 뻬드롱(본명 크리스티아누 플로렌시우 다 시우바)은 ‘큰돌’이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뻬드롱’이란 가스회사 트럭에 치였지만 외상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돌처럼 단단하게 살라며 이런 이름을 지어줬다.

최근 경남 FC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이름은 인디오다. 본명은 안토니우 호제리우 시우바 올리베이라. 외모가 인디오를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

부산 아이콘스의 핑구(본명 에리손 카를루스 도스 산투스)는 어릴 적 버릇이 이름이 된 경우다. 핑구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젖을 빨거나 밥을 먹을 때 자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지어줬다고 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빠찌(본명 라파엘 소브레이라 다 코스타)와 울산 현대 브라질리아(본명 크리스티아누 페레이라 데 소우자)는 자신이 태어난 동네 이름을 등록명으로 쓴 경우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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