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프로 인기 상한가-포장된 재미보다 리얼리티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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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현실만큼 드라마틱한 드라마는 없다고 했던가.
최근의 TV시청률 추세는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해준다. 방송사들의 주력상품이던 드라마.오락프로그램의 퇴조가 두드러진 대신 사실재현 또는 사회고발 등 리얼리티를 살린 논픽션 프로그램이 크게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드라마나 쇼.오락프로그램의 경우 만들기만 하면 기본적시청률은 확보한다는 방송가의 속설은 이제는 옛말이 됐다.
시청률 순위권 10개 프로그램 가운데 쇼.오락프로그램이 하나도 끼지 못한 지난주(10~16일) 결과는 우연으로 넘기기에는심상찮다.
7월 첫째주 8위로 턱걸이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6월이후 순위권에 든 유일한 오락프로그램일 정도로 쇼.오락은 시청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드라마 역시 심각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전력투구하고 있는 미니시리즈.주말연속극 등이 거의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KBS-1TV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와 MBC아침드라마 『짝』(각각지난주 2,3위)이 그나마 드라마의 체면을 세워 주고 있는 정도다. 반면 KBS-2TV 『TV는 사랑을 싣고』『체험,삶의 현장』과 MBC 『그사람 그후』『경찰청 사람들』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선전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유명인들이 추억 속의 지인(知人)과 재회하는 『TV는…』와 기억 속에 묻혀졌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보는 『그 사람…』는 진솔한 이야기와 꾸밈없는 감동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 거의 매주 시청률 10위권에 드는 인기프로로 자리잡았다.
『체험…』도 공익성.오락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청률1위(6월26일)에까지 오르는등 기염을 토하고 있고 『경찰청…』역시 「나도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높은 리얼리티로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MBC『시사매거진 2580』 『PD수첩』,KBS-2TV 『추적60분』등 사회고발성 프로그램들도 정규뉴스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심층추적으로 인기가 높아 순위권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뉴스」시청률도 크게 올라 지난주 KBS 『9시뉴스』가 평균시청률 26.
2%로 드라마를 제치고 7위에 올랐을 정도다.
이같은 역전현상이 잇따른 대형사고로 시청자의 관심이 현실문제로 옮겨진 탓도 있지만 『그동안 트렌디.멜로물에 안주해온 드라마와 지나치게 10대 위주로 제작된 쇼.오락프로에 시청자가 식상,외면한 결과』라고 방송가에서는 입을 모은다.
여기에 화려하게 포장된 재미보다 현실적 리얼리티 속에서 잔잔한 감동 얻기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수준 향상도 한몫하고 있다는지적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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