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프랑스 환경정책이 자동차시장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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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 배출 할인·할증제’가 3개월 만에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확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 할인·할증제는 자동차의 CO2 배출량에 따라 기준치 이하 차량은 차값을 깎아 주고 초과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자동차의 CO2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발표했다.

결과는 소형 승용차의 대약진, 대형·고급 승용차의 곤두박질이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판매 구도로 정착할 것”이라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고유가도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프랑스자동차공업협회(CCFA)가 1일(현지시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소형 자동차의 1분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늘었다. 소형 승용차는 1㎞ 주행 시 CO2 배출량이 130g 미만인 푸조사의 207과 기아자동차의 시드 등이다. CO2 배출량이 130∼160g대인 준중형 승용차의 판매는 1.5% 증가에 그쳤다. 반면 현대 쏘나타, 르노의 라구나급에 해당하는 중형 승용차 판매는 10%가 줄었다. 벤츠 E 클래스 이상의 고급 세단과 BMW X5 등의 4륜 구동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판매는 34.2%나 감소했다. 일간 레제코는 “같은 기간 전 세계적으로 소형 승용차 판매는 1.3% 늘었으나 프랑스에서는 11% 정도 급증했다”며 “할인·할증제가 기대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은 웃고 독일 회사들은 울상이다. 소형 승용차 생산 비율이 60%대인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의 실적은 향상된 반면 고급 세단의 비중이 큰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프랑스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할인·할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자동차 업계의 생산 구조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는 고민도 있다. 소형차 판매 급증과 대형차 판매 급감으로 재정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동안 보조금 지급이 세금 부과액보다 1억 유로(약 1500억원) 더 많았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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