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생상품 옵션·선물 한국이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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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에서 파생상품 가운데 옵션 거래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한국이다. 선물 거래량도 세계 5위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3일 ‘아시아·태평양 선물연구 심포지엄(APFRS)’이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PFRS는 국제 선물시장과 관련한 최신 연구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학술대회다. 올해는 명지대·명지전문대 등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국민은행·현대해상·증권선물거래소 등이 후원을 맡았다. 4일까지 총 4건의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진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선물협회 아시아지부 닉 로널드 상무와 세계적인 선물시장 학술지 ‘저널 오브 퓨처스 마케츠’ 편집장인 로버트 웹 미 버지니아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광립 중앙데일리 기자



로널드 미 선물협 상무
“시장 규제 더 풀고 파생상품 다양하게 내놔야”

“한국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규제가 많고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미국 선물협회(FIA) 아시아지부 홍콩사무소의 닉 로널드(사진) 상무의 지적이다. 그는 “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다변화하면서도 성장 속도가 무뎌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다. 밖에서 보는 한국 시장은.

“경제 규모로 봐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관련 포트폴리오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위험회피를 위한 파생상품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곧 문을 열 중국 선물시장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동안 경험에 비춰 보면 새 선물시장이 열릴 때마다 다른 지역 시장도 함께 발전했다.”

-중국 시장이 한국을 추월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있으나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시장 간 통합이 더 중요하다. 과거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 파생상품 시장은 통합과 교류가 끊임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은 따로 놀았다. 미국·유럽은 감독 시스템이 유사하지만 아시아 시장 간에는 제도·규제·관행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개별시장을 키우기보다 지역시장의 통합을 추구해야 규모의 경제를 이뤄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 한국은 외환위기 후 글로벌 경제에 성공적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경험을 아시아 다른 시장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저렴한 거래 비용, 해외 투자자에 대한 문호 확대, 규제의 투명성을 들 수 있다. 상품도 다양화해야 한다. 한국도 코스피200 옵션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데 더 혁신적인 상품 개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위험 감수 없이 혁신은 어렵다.”



웹 미 버지니아대 교수
“개별주식 선물시장 열리면 외국인 투자에 도움”

“파생상품이 최근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은행이 능력 이상으로 대출해줌으로써 생긴 유동성 부족이었다.”

로버트 웹(사진) 미 버지니아 대학 교수는 파생상품이 금융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에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5월 개장하는 한국의 개별주식 선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파생상품 관련 규제를 빠르게 없애고 있다. 이게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과 같은 사태를 낳지는 않을까.

“동의하지 않는다. 규제가 없어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생긴 게 아니다. 한국의 신속한 탈규제는 오히려 바람직하다. 모두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면 시장 주체들이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파생상품이 늘어나면 위기가 증폭되는 효과가 있지 않나.

“파생상품이 없었을 때는 경제위기가 없었나? 파생상품은 투자자가 가격을 정하고, 위험을 처리하는 데 좋은 도구다. ”

-한국은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시장보다 더 큰데.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전 세계가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어마어마한 거래량에 놀라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벤치마킹하려 한다.”

-5월 상장을 앞둔 개별주식 선물의 전망은.

“개별주식 선물은 인도·스페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미국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이 어떤 나라를 벤치마킹할 것인지가 중요하겠다. 개별주식 선물과 현물주식 주가조작의 연관관계는 크지 않다. 다만 초기에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개별주식 선물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릴까.

“그 자체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투자대상을 다양화한다는 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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