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조네 사람들"의 김소진씨 전업작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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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90년대들어 독자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 김소진(32)씨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을 선언했다.金씨는91년 『쥐잡기』로 등단한 이후 같은 연배의 신세대작가들과 차별되는 세계를 고집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지난 1년간 문예지에 7편의 중.단편을 발표해 전업작가를 제치고 가장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金씨의 소설은 상업적으로 「팔리는 책」은 아니다.첫 창작집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부터 올해 출간한 『장석조네 사람들』까지 金씨의 시선은 줄곧 70년대 빈민들의 삶에 가 있었다.현란한 문화상품의 이미지를 탐식하는데 익숙해 진 90년대독자들에게 이같은 소재는 곰팡내를 풍긴다.거기에다 金씨의 문체는 「새 우리말 큰 사전」을 찾아봐야 알수 있는 방언과 토속어로 가득하다.재즈와 PC통신이 상징하는 90년대적 정서가 육화되고 있는 시점에 金씨는 20년전 빈 민들의 삶을 들고 전업을선언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한 계간지와 대담을 끝내고 나오는 金씨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金씨는 부끄럼 많이 타는 성격때문인지 줄곧 머리를긁적거리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70년대 산동네 이야기를 많이 썼지만 모두 단편들이었습니다.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이야기들 뿐이었지요.한번 길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 현재 장편을 구상중입니다.산동네 과부들을소재로 빈민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담아볼 생각입니 다.그리고 나면 70년대 얘기는 그만 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70년대 얘기만 쓰다 보니 쓸게 많아 좋다는 金씨는 앞으로 80년대 대학시절 이야기와 연애소설을 본격적으로 써 볼 작정이라고 한다.
소설이 안 팔리는 시대에 안팔리는 소설을 들고 전업작가로 나선 金씨의 미래는 90년대 들어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적인 소설작법의 미래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때문에 각별한 관심을끌고 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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