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시대를 역행하는 酒稅法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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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세법(酒稅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개정안은 지방소주업체들에 소재한 道내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는 내용으로,개정작업에 앞장섰던 재경위원들은 지방소주업체의 생존권을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자칫 특정기업이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다루기 무척조심스런 문제다.하지만 이번 입법안이 주세법 개정에만 국한되는문제가 아니다.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경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나타낸 사건이라 할수 있다.
우선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가들은 그들이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실증법은 모두 정당성을 갖는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국회에서 통과되는 실증법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상위법인 헌법과 헌법외에 건전한 상식과 양심에서 볼때 타당해야 한다.다시 말하면 실증법은 상위법을 침해하지 않을 때만 정당하다고 할수 있다.그러나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특정 기업에 일정 몫을법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왜냐하면 이는 명백한 위헌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가들은 대기업의 지방시장 공략이 지방 소주사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우리들이 어떤 경제정책을 시행할때 경쟁을 보호하는 정책인지,아니면경쟁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 다.
입법부나 행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경쟁의 보호이지 경쟁자의 보호는 결코 아니다.그렇다면 왜 경쟁을 보호해야 하는가.모든 경제정책은 일반 대중,즉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이런 점에 서 보면 개정안은 경쟁자의 보호정책일 뿐이지 소비자를 위한 정책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경쟁의 결과가 가져올 독점의 출현을 걱정하기때문에 지방 소주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어떤 시장에 진입을 억제하는 다양한 걸림돌이 있을때와 같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독점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그런데 경쟁의 결과로 생겨나는 독점에 대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잠재적 경쟁자가 늘 들어올 수 있는 상황만 보장된다면 독점은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왜냐하면 경쟁의 결과로 생긴 독점기업이 독점이윤을 누리기만 하면 늘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나 독점이윤이 없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가들은 지방 소주업체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보호정책은 늘상 특정집단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집단으로의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다.다시 말하면 불특정 다수 소비자의 희생으로 일부 지방소주업체에 일정한 특혜를제공하는 것이다.지방 소주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지원을 받아야 할만큼 가난한 사람들인가.왜 소비자들이 지방 소주업체들을 보호육성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끝으로 정치가들은 늘상 공익을 위해 노력한다고들 한다.그러나정치가들 역시 재선이나 다른 사적인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적 기업가일 뿐이다.이번 개정작업에서도 일부에서 제기되는 로비의혹이 그냥 설로 끝나기를 바란다.그러나 정치가 들이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포획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왜냐하면 한국의 정치가들이 전지전능하지 않는한 이같은 상황은 포획이론의전형적인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획이론은 규제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공익을 생각하기보다 규제를 받는 집단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특히 공생적 관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포획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는 윌슨 교 수의 연구결과도 있다.요컨대 주세법 개정안은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볼때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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