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경마이야기>말의 지능-IQ70~8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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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있다.글자 그대로 해석하면늙은말의 지혜라는 뜻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이 고죽(孤竹)이라는 작은나라를 정벌하려고 군사를 일으켰는데 전쟁 초기에는 봄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것은 엄동설한이었다.천지가 눈으로 덮여 길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자 부하인 관중(管仲)이 『이 런 때는 늙은말이 본능적으로 길을 찾아낸다』면서 수레를 끄는 늙은말 한마리를 풀어놓았다.말은 잠시 두리번거리다 신기하게도 길을 찾아내 일행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내용이다.「기린이 늙으면 노마만 못하다」는 우리속담도 이 고사성어에서 연유한 것이다.
「노마지지」 이야기는 말의 귀소본능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일부러 꼬불꼬불한 길을 골라 30㎞나 떨어진 외딴 곳에다 갖다 놓아도 말은 본능적으로 자기 집을 찾아간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그러면 말의 지능은 어느 정도인가.사람의 지능지수로 따져서 70~80정도로 서너살짜리 어린이의 지능과 비슷한 수준이다.그래서 말은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을 기억한다.자기를 해치는사람도 잊지 않아 언젠가 복수를 하려고 한다.한번 배 운 것은6개월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경주에 출전한 말은 기수가 낙마(落馬)해도 혼자 달린다.경주에 나서면 한바퀴 돌아서 결승선까지 가야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경주마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강한 말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능.기억력을 좋게 해 경마의 규칙에 알맞도록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말의 기억력때문에 난동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지난 93년9월26일 제12경주에서 1번마 「케뷔」는 출발후 기수가 말에서떨어졌으나 혼자 전력으로 질주,1등으로 들어왔다.이때 문제가 발생했다.말은 1등으로 골인했지만 기수없는 말은 등외로 밀려나는 것이 경마규칙이다.그러자 「케뷔」에 돈을 건 일부 팬이 배당금을 요구하며 유리창을 부수는 일대 소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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