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15일17시간-생환 朴勝賢양 국내最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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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끈질긴 인간 생명력의 승리-.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매몰된지 15일17시간20분만에 박승현(朴勝賢.19)양이 15일 오전 구출되던 순간 온 국민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에 사로잡혔다.
또 한편으로는 3백77시간여동안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다가오는죽음의 공포와 싸워가며 생명을 지켜낸 젊은이의 강인한 투혼에 끝없는 갈채를 보냈다.특히 朴양이 무려 3백77시간여 동안 물은 물론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비교 적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자 안도와 함께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생명의고귀함을 새삼 절감하는 모습이었다.
CNN등 주요 외국방송사와 통신사들도 朴양의 생존을 긴급뉴스로 보도하는등 전세계가 승현양의 생환에 찬사를 보냈다.
황금연휴와 국민학교 방학이 시작되면서 여행과 휴가를 떠나려던시민들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시외버스터미널.서울역.청량리역 등의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TV에서「생존자가 있다」는 긴급뉴스를 전하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올렸다.
토요일을 맞아 일찍 퇴근을 준비중이던 직장인들과 각 가정에서는 TV 생중계를 통해 흘러나오는「구출된 朴양이 건강하다」는 뉴스에 자리를 뜰 줄 모른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화감독 김수용(金洙容.66.예술원회원)씨는『승현양의 생환은 신의 섭리를 넘어선 기적』이라며『그 어떤 영화의 장면도 승현양의 구조순간같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황정혜(黃楨惠.23.이화여대정보디자인4)씨는『도저히 믿을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라며『같은 또래지만 나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朴양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냈다. 이번 생환소식은 사망자의 수가 이날 3백명을 넘어서면서 이번 사고가 건국사상 최대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朴양의 매몰시간은 67년 충남청양군 구봉광산 지하 1백25m갱속에 갇혔다 15일9시간만에 구출된 광원 양창선(楊昌善.당시36세)씨보다 8시간을 더 버틴 국내 최장기록.
이는 또 美國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파사건 당시 14일만에 생존자가 구출된 기록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楊씨가 매몰된 뒤부터 구조대와 계속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극한 상황에서 언제 구조될 지도 모르는 채홀로 버텨야 했기에 朴양의 승리는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지금까지의 사례를 살펴보면 붕괴.지진등으로 매몰된 상황에서는 대체로 20일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물과 음식이 전혀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기록은 79년 오스트리아의 안드레아 마하베츠(당시 18세)군이 세운 18일이다.
무엇보다도 날이 갈수록 가족의 생존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려던삼풍백화점 실종자 가족들은 최명석(崔明錫)군.유지환(柳智丸)양.박승현양에 이어 제4,제5의 구사일생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다. 아무튼 朴양의 생환은 후텁지근한 장마철 날씨에 찌뿌듯한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준 상큼한 희소식으로,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준 낭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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