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또 다른 야심 ‘모바일 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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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동통신 칩 회사인 퀄컴이 모바일TV 사업에 진출한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AT&T·버라이즌·삼성·LG 등과 공동으로 미국에서 지상파TV 휴대전화 서비스에 나선다. 1990년대 미국식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회사가 된 퀄컴이 모바일TV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셈이다.

폴 제이콥스(사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1일 북미 최대 통신전시회인 ‘CTIA 2008’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모바일TV는 시장을 압도하는 최고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독자 기술인 ‘미디어 플로(FLO)’로 제2의 CDMA 신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플로는 지상파TV 프로그램을 모바일TV로 실시간 방영하거나 그중 인기있는 콘텐트를 별도로 반복 서비스하는 기술이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치면 방송 프로그램의 실시간 전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모두 가능한 유선 인터넷TV(IPTV) 개념과 비슷하다.

그는 또 “이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TV가 지난해 버라이즌에서 나왔고, 다음달에는 AT&T가 새로운 휴대전화 부가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미국 통신회사들은 앞다퉈 미디어 플로 서비스 스케줄을 발표했다. 버라이즌은 지난달 말 모바일TV 서비스 영역을 기존 20개 지역에서 58개 도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에선 CBS·NBC·ESPN·MTV·니켈로디언 등 10개 채널이 휴대전화로 서비스된다.

제이콥스 CEO는 “미국 방송시스템이 내년 2월부터 디지털TV로 전환되면 미디어 플로 서비스는 더 확산될 것”이라며 “한국 단말기 회사들과 보조를 맞춰 기술력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회사들은 가장 먼저 전용 단말기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이다. 전 세계 모바일TV 기술은 ^유럽(DVB-H)^미국(미디어 플로)^한국(DMB) 등 세 방식으로 나뉜다. 유럽은 최근 이 중 DVB를 기술표준으로 확정했다.

제이콥스 CEO는 “아쉽지만 기술력만 좋으면 길은 언제 어디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퀄컴을 창업(1985년)한 부친 어윈 제이콥스에 이어 2005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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