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비싸야 좋은 약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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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일 비싼 약으로 처방해 주세요.』 외래를 방문하거나 입원한 환자 또는 보호자중 질병치료제로 현재까지 나와있는 약중에서가격이 가장 비싼 약으로 치료해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특정질환을 다루는 특수 클리닉에서는 같은 질병인데왜 옆사람은 비싼약을 주고 나는 싼약을 주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의 얼굴이 다 다르듯 병명이 똑같다고 치료받는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법이 똑같 을 수는없다. 예컨대 간질에 쓰이는 약도 환자 상태에 따라 약리작용이다른 10가지 이상의 약들이 있다.최근에 나온 약이 이전부터 사용되던 약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나 간질치료에 제일 좋은 약은 물론 아니다.다만 특정한 환자에게 사용될 뿐이다.
만일 동일한 진단명에 대해서는 치료가 같다면 일단 진단이 내려진 후에는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치료는 절대로 사치성 행위가 아니며 약도 사치성 물질이 아님은 당연한 이치다.꼭 필요한 상황에서 전문가의 신중한 판단에 의해 필요한 종류와 양을 처방받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약이다.
새로 나온 소위 신약(新藥)들은 대량생산과 판매가 안된 상태기 때문에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물론 이전에 많이 사용되던 약의 부작용을 줄여주거나 복용방법을 간편하게 해준 좋은 신약들도 많다.아스피린의 위장장애를 감소시켜 준 로날이 대표적인 예.그러나 최근 개발된 신약이 이전에 쓰던 약보다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거나 좋은 약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제로 설파계 항생제가 있는데 이 설파계 항생제는 개발된 순서에 따라 1세대.2세대.
3세대 설파로 불리고 있다.물론 가격도 3세대 설파가 가장 비싸다.중요한 사실은 1세대 보다 2세대가,2세대보 다 3세대 설파가 반드시 더 좋은 항생제는 아니라는 점.
1세대.2세대.3세대 설파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의 「상황」이다른 것 뿐이다.
어떤 약을 써야 하는지는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는 전문의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똑같은 옷의 가격 끝자리에 0을 하나 더 써놓았더니 금방 팔리더라는 농담이 생명을 다루는 환자진료에 해당될 수는 없는 일이다.
黃世喜〈本社의학전문기자.醫 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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