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치료 보호자교육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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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퇴원하기전 시험을 봐야하는 병원이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암 병동.환자 부모는 아이를 퇴원시킬때 다소 전문적인 의료지식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따라서 부모는 항암제 복용법과 부작용,체온이나 헤모글로빈등의 정상치,갑자기 열이 났을때 응급조치등 제법 까다로운 시험에 통과 하기 위해 틈틈이 공부해야 한다.
이는 보호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특히 장기간 통원치료해야 하는 암환자의 경우 의료인 부재시 보호자의 정확한 판단이 환자의 예후는 물론 생명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골수성 백혈병으로 3년간 투병생활하다가 애처롭게 사망한A어린이(7세).A는 사망하기 한달전 그가 가장 만나고 싶어했던 야구선수 P씨의 방문을 받았다.소원을 풀어준 단체는 백혈병어린이후원회.91년 11월 설립돼 부모교육은 물 론 가족캠프,헌혈증서 기증운동,불우 어린이 자매결연등을 하고 있는 소아암 환자 지지단체다.
암만큼 절박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질환도 드물다. 막대한 치료비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치료전망,치료과정중 나타나는 부작용등 환자의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기 때문. 서울대병원 소아과 신희영(申熙永)교수는 『암환자에 대한의료진의 역할은 전체 치료부분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환자와 부모 몫』이라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인 지지는 치료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소아암의 경우는 백혈병어린이후원회(회장 李純炯서울대의대교수)를 비롯해 병원마다 환자가족모임이 있어 병원비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는 없을 정도.특히 백혈병어린이후원회의 경우 사회 각 단체의 후원금을 이끌어내는 백조운동 을 벌여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고 환자의 집 및 전용캠프장 설치,상담실과법률자문위원회등의 운영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불우한 처지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이에반해 성인암의 경우 지지단체는 물론 병원안에 가족을 위한상담창구조차 없어 치료를 중도 포기하거나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문제에 대처하지 못해 방황하기 일쑤다.
암환자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소아암 환자 부모교육은 매월 한차례(두번째주수요일 오후 2시.(760)3426.말기암환자 가족상담은 두차례(첫째,셋째주 화요일 오후 3시.(760)27 90)실시하며환자가족의 의학적 상식과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불우환자 지원을 위한 모임으로는 함춘후원회와 전주예수병원 암환자후원회를 꼽을 수 있다.함춘후원회의 경우 1억5천여만원의 기금을 확보,암환자를 중심으로 도와주고 있고 전주예수병원도 비슷한 기금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대상자나 지원액 수는 미미한실정. 다만 전주예수병원의 경우 암환자를 전담하는 사회사업사가있어 가족상담,의학적인 교육,회원간의 정보교환등으로 모범적인 환자 지지활동을 펴고 있다.
이곳 사회사업사 신기수(辛璣洙)씨는 『암환자의 존엄성과 치료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를 질병으로만 보는 치료관행에서 탈피,의료정보를 제공해 주는 교육기능과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정서적 지원등 병원측의 배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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