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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전지대 난민 비참한 생활-풀뜯어 延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유엔이 안전지대로 설정한 보스니아내 6개 회교도 고립지역이 안전하기는 커녕 현지 주민들의 운명이 참담하기만 하다.
디 벨트紙등 독일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엔의 구호식량을 애타게기다리다 굶어죽는 사람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의약품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다.갓난아기들이 엄마 젖이 부족해 목숨을 잃는 일도 벌 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세르비아系에 의해 점령당한 스레브레니차 회교계 주민 3만명은 정든 고향에서 강제추방돼 떠돌고 있다.악평높은「인종청소」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가족들과 떨어져 피난길에 오르는 아픔은 차치하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외부 지원은 끊어지고 세르비아系의 계속되는 공격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전쟁전 4만5천명이 살고 있었던 비하치는 현재 이웃지역에서 피난민이 몰려와 인구가 7만명으로 늘어났다.
스레브레니차 주민중에도 이미 13명이 기아로 숨졌다.보스니아우나江 인근 주민들에게는 지난 5개월동안 1천1백50t의 식량이 지원됐는데,이는 1인당 하루 51g에 불과한 것이다.
스레브레니차에 이어 세르비아系의 공격을 받고 있는 또다른 안전지대 제파와 고라주데의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구호식량이 도착하지 않으면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날 형편이다.인구 38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 사라예보에서는 이미 풀을 먹는 사람 이 생겨났다.빵은 금값에 팔리고 있으며 그나마 구경하기도 힘들다.유엔도 속수무책이다.
정치권의 무모한 욕심으로 3년4개월째 이어지는 지루하고도 잔인한 내전으로 죄없는 양민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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