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파, 일본 쓰시마 점령?

중앙일보

입력

한국 무선전화 기지국에서 발사하는 전파가 일본 쓰시마의 전파를 방해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의 휴대폰 기지국 전파가 50km 떨어진 쓰시마 북단에까지 도달해 일본에서 국내통화를 한 이용자에게 엉뚱하게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2일 보도했다.

지난해 4월 쓰시마 북부지역에서 NTT도코모 휴대전화를 사용한 일본 국내전화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 요금청구서가 배달됐다. 모두 자동 국제전화 로밍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이었다. 일본 이동통신 회사들이 지난해 시작한 이 서비스는 해외여행 시 단말기와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 이동전화 기지국의 전파가 강한데다, 쓰시마가 일본 본토보다는 한국과 훨씬 가깝다는 것이 문제였다. 쓰시마 남부에서 규슈 북단까지 80km 떨어진 데 비해 쓰시마 북단에서 부산까지는 50km 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 총무성 이동통신과의 한 관계자는 “구름이 낮게 깔리고 바다가 잠잠한 날에는 한국 기지국에서 발사하는 강한 전파가 쓰시마 북부지역까지 도달할 때가 있는데, 이때 휴대전화가 쓰시마를 한국으로 오인해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종종 유럽 국경지역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휴대폰 서비스업체인 KDDI(au)와 소프트뱅크 측은 “아직 그런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총무성 측은 “통상적으로 국경선을 넘어 전파가 침입하는 경우에는 당사국끼리 조정을 하지만 이번 사안은 중대한 전파장애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당장에는 해당 지역에서 국제전화 자동로밍 설정을 국내용으로 변경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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