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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50여종 난립 품질 표준규격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식혜」는 얼마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생산업체들이 마구 늘어나면서 품질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식혜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는 모두 50여개.그러나 이름값을 할만한 대기업들 가운데 식혜를 직접 생산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고 중소기업에 의뢰해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그대로 납품받아 판매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료나 품질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 식혜고유의 맛을내지 못하는가 하면 불량제품까지 시중에 나도는 실정이다.
이러다간 모처럼 전통음료로 각광받기 시작한 식혜가 불신을 받아 단명(短命)에 그치는게 아니냐고 음료업계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회사원 이종수(40.서울 은평구)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유명브랜드 B식혜를 사먹고 복통을 일으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상담을 의뢰 했다.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냉장고에서 꺼낸 캔제품이 변질됐다는게 의아해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식혜제품의 품질이 의심받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자 농림수산부 산하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은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10개제품을 골라 위생상태 등을 시험해 봤다.분석결과 10개 모두에서 대장균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일반세균이 ㎖당 8 0~90마리씩 나와 위생처리가 미흡함을 보여주고 있다.식품위생규정에서는 청량음료의 경우 일반세균을 ㎖당 1백마리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규정을 지키고는 있으나 온도에 따라서는 세균의 번식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 질우려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음료업계 관계자는『일부 멸균처리가 불충분한 제품은 가스가 차게 마련이어서 캔을 따는 꼭지부분이 불룩 올라온다』며『제품을 사기 전에 캔 윗부분을 면밀히 살펴보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세균오염은 식혜 원료인 엿기름 자체가 오염된데서 비롯됐을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또 완제품을 만들어 멸균처리하는 과정에서 살균이 미흡하면 미생물이 제품안에서 자라기 쉽다는 것이다.
발효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전통식혜의 원료인 맥아(麥芽)대신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인공효소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함으로써밥알 색깔이 불그스레하거나 아예 까만 제품도 적지 않다.
농림수산부는 이러한 품질시비를 줄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식혜의원료.품질기준.제조공정에 대한 전통식품 표준규격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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