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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발리섬의 청학동 바투르湖 트루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찬디 다사와 그 일대 해안은 현지인들의 순박함과 때묻지 않은자연의 품속에서 한가로이 여가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멋진 곳이다.문자 그대로 밤낮 포근한 느낌속에서 둘이또는 홀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낙원.얼마든지 고독할 수 있는자유가 있는 곳.밤이면 당장이라도 별이 쏟아져 내릴듯한 착각 속에 공연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리에 와 대개 아궁산의 브사키 사원과 멀리서 킨타마니화산을 구경하고 목각마을 마쓰,공예품으로 유명한 출룩에 들러 목각.은세공 따위의 공예품 쇼핑을 약간한뒤 적당히 누사두아나 쿠타 해안에서 선탠과 해수욕을 즐기는 것 으로 발리관광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나 장거리에 비싼 항공요금을 지불하고 나선 여행길인가.아니다.좀더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자.북적거림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원시적 고요와 이질적 문화및 풍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가 어딘가.바로 킨타마니 풍장마을로 알려진 「발리판 청학동」이다.정확히는 덴파사르 북방 68㎞,해발 1천5백여m되는 킨타마니 고원에 위치한 발리의 물동이 바투르 호숫가에 자리잡은이색지대 트루냔 마을.최근까지 외지인의 접근이 엄 격히 금지됐던 극히 독특한 폐쇄사회인 이 발리 아가,즉 힌두화되기 이전의발리 원주민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드넓은 호수를 건너야 한다. 여전히 고유의 풍습을 지키며 사는 이 고대마을은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기 전엔 미화 2백달러를 주고 추장의 허락을 얻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말이 물동이지 바투르 호수의 넓이는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한다.인상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직경 7마일,깊이 60피트의 이 칼데라호를 건너는데는 모터보트로 20분남짓 걸린다.풍장터 입장료를 포함해 1인당 1만3천루피야(약 5천원)를 뱃삯으로 지불해야 한다.
프넬로칸 마을이 있는 킨타마니 뷰 포인트에서 오른쪽으로 보면활화산 바투르가 아직도 심심하면 유황연기를 뭉클 뿜어 올리는 정력을 자랑한다.쾌청한 날이면 아방산 너머로 멀리 성산 아궁산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안개 자 욱한 날은 또그런 날대로 일대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화산 오른쪽,프넬로칸에서 커브가 아슬아슬 재미있는 급한 비탈길 아래쪽에 발리인들의 「어머니 호수」 바투르가 항시 넓은 가슴을 열고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과 그들의 배를 품어 안는다.
전망대에서 호수에 이르고자 기복이 심한 길을 지프에 실려 흔들흔들 내려가다 보면 고원 중턱에 전설적인 사원 울룬 다누가 나온다. 호수 건너「별유천지비인간」을 실감케하는 트루냔 마을은오래전부터 사람이 죽으면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반얀나무(벵골 보리수)근처에 장지를 정해놓고 죽은 사람을 그대로 혹은 대바구니에 담아 신목 뿌리 곁에 일정기간 방치해두는 풍장 풍습을 견지하고 있다.그러다 때가 돼 운명의 풍화작용에 의해 살이 스러지고 단지 뼈만 남으면 버릴건 버리고 으스스한 해골만을 수습해 차곡차곡 보리수 아래에 보기좋게 진열해 놓고 있다.
延昊鐸〈관동大교수.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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