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박물관고을 특구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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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관광객이 동강사진박물관 상설전시장에 패널로 전시된 한국사진사연표를 살펴보고 있다. [영월군 제공]

호 야 지 리 박 물 관을 찾은 영월지역 인사들이 나침반과 시계 등 18세기 탐험가들이 사용했던 물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영월군 제공]

영월군은 박물관의 고장이다. 1999년 서면 광전리에 책박물관이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14개 박물관과 미술관이 세워져 운영되고 있다. 또 민족박물관 등 새 박물관 설립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박물관 고을’ 문구에 대한 특허를 등록, 다양한 사업에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럼에도 등록 박물관은 3개에 불과하다. 수도권과 멀어 학예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박물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월군이 박물관고을 특구 지정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물관 고을을 육성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브랜드화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박물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박물관의 기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5월 국무회의 심의= 영월군의회는 지난달 31일 만장일치로 ‘영월 박물관고을 특구’ 지정신청안을 의결했다. 영월군은 이에 따라 4월 중 지식경제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영월군은 5월 국무회의에서 특구 지정안이 심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월군은 현재 운영중인 14개 박물관과 개설 예정인 7개 박물관 등 모두 21개 박물관 소재지 92필지 33만5111㎡를 특구 대상지역으로 정했다.

박물관 특구로 지정되면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른 특례로 학예사를 공동으로 고용할 수 있다. 곧 1명의 학예사가 5개의 박물관 및 미술관을 공동운영·관리할 수 있게 돼 박물관 등록요건을 충족하기 쉽다.

등록 박물관이 되면 복권기금 등 문화관련 기금으로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축제나 특별한 사업에도 경비 일부를 지원받는 등 자립 운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 특허법에 관한 특례, 농산물 품질관리법에 관한 특례 등 관련 법규의 규제도 예외가 인정돼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영월군 엄영호 박물관 담당은 “특구로 지정되면 관내 박물관과 미술관 90% 정도가 등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등 박물관 고을로 가는데 특구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영월엔 어떤 박물관 있나= 영월군이 박물관 고을로 가려는 데는 단순히 박물관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박물관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만큼 특색 있는데다 2005년부터 신활력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박물관 설립 제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규모도 예전의 소형에서 최근에는 100억 원대로 커졌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 문을 연 동강사진박물관.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박물관으로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 사진의 선각자로 일컫는 이혜선, 리얼리즘 사진의 대표작가 이형록씨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호야지리박물관도 다른 곳에는 없다. 지리 교사를 지낸 양재룡씨가 사재를 털어 세운 것으로 잘 알지 못했던 지리지식을 양씨가 직접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2000년 문을 연 조선민화박물관은 국내 최대의 민화를 소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개관한 화석박물관은 40억년 전의 화석에서부터 시대별로 대표 화석을 골고루 갖춰 전문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세워질 박물관도 관심을 끌만하다.

여주에서 목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수씨가 우리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하고 교육하는 민족박물관을 2009년 개관할 계획으로 설계하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만봉스님(2006년 작고)이 제작했던 단청과 불교미술 작품을 전시할 만봉불화미술관이 2009년 개관예정이고, 아프리카 조각미술품과 생활도구 등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미술박물관도 2009년 물 열 계획이다.

신승엽 영월부군수는 “30여 개까지 박물관을 유치해 ‘지붕 없는 박물관 창조도시 영월’을 만드는 것이 박물관고을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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