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for Money] 사상 최강의 투자 공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20여 년간 이 펀드를 운영하면서 그는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하나는 연평균 28%라는 최고의 수익률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라는 워런 버핏의 27%를 앞서는 수치다. 수익 변동폭이 최저였다는 기록 또한 버핏을 앞서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금과옥조로 여기는 투자의 기준이 있었다. 켈리 공식이라고 알려진 것이었다. 정보이론의 아버지인 벨 연구소의 클로드 섀넌(1916~2001)과 존 켈리 주니어가 정형화시킨 공식이다. 이 공식은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오로지 정보 전달률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남이 모르는 내부 정보야말로 수익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보다 정보에서 얼마나 우위에 서 있느냐에 따라 투자 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남들도 다 아는 정도라고 한다면? 우위는 0이기 때문에 한푼도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반면 경영진 외에는 아무도 모를 정보를 안다면? 거의 모든 돈을 걸어야 한다. 자신의 정보 우위가 애매한 상황이라면? 그 우위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벌 수 있는 돈으로 나눈 비율만큼만 투자하라.

이 공식이 좀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공식이 시사하는 바가 중요하다. 첫째, 어떤 경우에도 올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파산의 위험이 없다. 딴에는 정보력이 있다는 보통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그러나 세상에 자신만 완전한 우위를 누리는 정보란 없다. 둘째, 정보의 우위를 고려한 비율대로 투자하라. 자신이 잘 아는 투자 대상에 원금의 5분의 2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치자. 원금 100만원이 50만원으로 준 경우라면 투자액이 20만원이 된다. 반면 500만원으로 원금을 불린 경우라면 200만원이 된다. 이런 비례적 투자 방식은 느릴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원금을 불리는 방법이다. 워런 버핏 역시 이런 방식으로 장기 투자를 했다.

마지막으로, 켈리 공식은 현대 재무이론이 시사하는 투자 전략과도 다르다. 현대 재무이론은 사람은 합리적이며,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간주하다. 시장은 워낙 술취한 사람의 갈짓자 걸음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인다. 이런 전제하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분산 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을 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족 한 가지. 에드 소프는 파트너가 내부 거래 혐의로 기소되자 이 모든 일을 그만뒀다. 그 후 찾아온 헤지펀드의 전성 시대를 경험하지도 못한 채. 이 갑작스러운 종말의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가장 세련된 형태의 투자조차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처럼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가는 멈춰야만 한다.

김방희 KBS 1라디오‘시사플러스’진행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http://joins.com/rainbow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