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융 자회사 거느린 지주회사들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주회사의 귀환인가.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가 다시 뜨고 있다. 신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서다. 특히 1일엔 금융 자회사를 보유한 그룹의 지주회사격 기업이 주목 받았다. 한화·동양메이저·CJ 등의 주가는 4∼7% 급등했다.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위원회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 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때문이다. 금산 분리가 완화되면 이들 기업이 금융 자회사를 팔지 않아도 될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그간 한화는 대한생명, 동양메이저는 동양캐피탈·동양종금증권 때문에 지주사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 금융 자회사를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신정부가 금산 분리 완화와 제조회사가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CJ도 CJ투자증권(비상장)을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뒤 시장의 하락과 함께 급강하한 지주회사 관련주들이 최근 봄을 맞고 있다.

◇친기업 정책 기대감=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금산 분리 완화 방침을 놓고 “대기업 정책의 완성판”이라고 표현했다. 이상훈 연구원은 “금융자회사의 소유 규제로 인해 지주회사 전환이 지연되고 있던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부채비율 200% 완화도 지주회사 관련 종목에 긍정적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화·두산·금호석유화학·코오롱·한솔제지는 지주회사 전환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내 도입을 추진키로 한 연결납세 제도도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 연결납세란 법률적으론 독립돼 있지만 경제적 또는 실질적으로 결합된 기업그룹을 하나의 법인처럼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예컨대 자회사 A는 100억원 흑자, B는 100억원 적자일 때 각각 세금을 내면 A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연결납세를 적용하면 이익이 0이 돼 세금을 안 내도 된다.

◇분산 차원에서 투자를=지주회사는 지난해 초에도 테마를 형성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제값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이게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두산·LG·SK·한화 등은 지난해 주가가 100% 넘게 올랐다. 덕분에 지주회사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CJ지주회사플러스주식’은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75%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지주사 관련주들이 급락하면서 지주사 테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당시 고점과 비교하면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최근 친기업 정책 발표로 지주사 관련주가 다시 뜨고 있지만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걸기’식으로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