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졸라.디킨스의 공포물 국내 첫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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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D H 로렌스.에밀 졸라.찰스 디킨스.그레이엄 그린.마크 트웨인.이반 투르게네프.기 드 모파상.임어당.
세계고전문학선집에서 흔히 그 이름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대작가들이 쓴 알려지지 않은 공포.괴기 소설이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소개됐다.문학세계사가 내놓은 『공포 X파일』『괴기 X파일』이 그 것.
이 선집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때론 유머가 넘치기도하고 예언적인 깊이를 담기도 하며 공포와 흥분 속에서도 인간존재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문학적 힘이 있다.에밀 졸라의 『유령의 집』은 빈집에서 들려오는 환청의 정체 를 쫓아 미묘하고도 끔찍한 한 소녀의 죽음과 영혼의 환생을 다룬 작품.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인연이 깊으면 죽어서도 다시 만난다는 동화적인 이야기속에서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부재하거나 불멸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성애를 즐겨 다뤘던 D H 로렌스의 『경마에서 항상 이기는 소년』은 가난한 한 소년이 신비한 장난감 말을 이용해 경마의 우승마를 알아맞혀 많은 돈을 벌지만 결국 처절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로렌스는 작품 전체에 죽음의 그림자 를 짙게 깔고 「경마식 인생」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크리스마스 캐럴』로 잘 알려진 찰스 디킨스의 『기이한 재판』은 어떤 살인사건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주인공이 겪는 기이한 체험을 기록한 것으로 피살자가 재판기간중 교묘히 재판에 관여해 끝내 살인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내용.『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수전노 스크루지 영감의 사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반성케 한 것과 비슷하다. 이들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유령.악마.살인과 같은 소재를 통해 인간의 영원한 관심사이자 문학의 기본 테마인 윈죄의식과 유한성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
서구에서는 일찍이 이같은 공포물을 독자적인 장르로 인정하고 문학성 높은 작품들을 내놓았다.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야기 수준을 넘어서는 공포소설이 없었고,때문에 「공포.괴기물=오락물」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이번에 나온 선집은 이같 은 인식을 뒤집어 놓을 만한 작품들을 싣고 있다.
시인이며 소설가이자 외교관인 번역자 이동진씨는 『여름철마다 쏟아져 나오는 납량특집물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재미도 있고 유익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 책을 편역하게 됐다』고 한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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