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못할 "중고車시세표"실제 거래價 훨씬 비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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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A씨는 최근 소형 중고 승용차를 사기 위해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에서 S社 소속의 李모씨로부터 차 안내를 받았다.
소개받은 차는 91년형 엑셀 4도어 1500GL모델.그해 4월에 출고된 이 차는 8만7천㎞를 주행했고 엔진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태는 양호했다.자동변속기등 선택사양 추가는 전혀 없었다.차 가격은 2백50만원.李씨는 30만원 정도는 싸게 해줄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서울자동차매매조합에서 7월1일자로 발표한 중고차 시세표에는 이 차의 상품(上品)가격이 1백60만원으로 나와 있다.
할인을 받는다손 치더라도 시세표에 비하면 무려 60만원이 비싼셈이다. 이같이 중고차 시장 가격이 시세표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있다. 이러한 가격 차이로 인해 중고차 시세표가 실제 거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현재 서울조합은 2백17개 서울지역 조합원사중 16개 업체 대표및 임원들로 시세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매월 20일께 소집되는 시세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지역의 차종별 판매 가격 동향과 수요-공급 상태등의 자료를 토대로 차종별 기본형 가격만을 상.중.하 3단계로 산정해 시세표를 작성하고 있다. 시세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진자동차상사의 이종빈(李鍾斌)사장은 『시세표 가격은 차종별 기본형 제품에 대한 기준 가격』이라며 『같은 해 출고된 동일 모델의 차라도 주행거리,차량 유지 상태,가죽 시트등의 채택 여부등에 따라 시세표를 벗어난 가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세표에 맞는 가격으로 차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시세를 결정하는 방법이나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너무 단순해 시세표와 실제 거래가격이 따로 형성되는게 현실이다.
이는 미국.일본등 자동차 선진국에선 중고차 가격 산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져 중고차도 정찰제 판매방식이 정착돼 있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블루 북」社에서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중고차 안내서」가 중고차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이 책자에는 각 차 기본모델의 연도별 기준가격과 함께 연도별.차량가격대별 주행거리 가격 산정표(주행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일정 금액을 차값에 더하거나 빼도록 한 표)가 게재돼 있다.또 40여가지 선택사양의 장착에 따른 추가 지급 금액을 자세히 제시해놓고 있다.이 기준을 적용하면 누구나 합당한 중고차 가격 산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서울조합의 최동진(崔東晋)기획실장은 『현재로선 선진국의 가격 산정 기준을 도입해도 국내 중고차 유통시장의 낙후성으로 적용이 힘들다』며 『내년 실시 목표로 추진중인 중고차 거래 전산화.경매제도등이 정착되면 좀더 객관적인 중고차 가격 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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