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氣와 초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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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심령학(心靈學)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미국의 정신의학자 프랭크 에드워즈는 인간의 초능력 사례를 찾아내고 연구하는데 일평생을 보냈다.그가 61년 펴낸 『기이한 사람들』은 초능력에 관한 그의 관심이 결집된,이를테면 초능력의 전시회 장과도 같은책이다. 이 책에는 의학이라곤 곁에도 가보지 못한 20대 청년이 불치병을 치료한 이야기,장정이 넷이나 매달린 회전의자를 번쩍 치켜든 연약한 14세 소녀의 이야기,죽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까지 받은 소녀의 이야기,텔레비전에 출연 해 피살된 어떤 소녀의 일기장만 만져보고 왜 어떻게 죽었으며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맞힌 청년의 이야기등 과학적.상식적으론 설명될 수 없는 초능력 사례들이 가득 실려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사례들은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일어나고있거니와 정작 흥미를 느낄만한 것은 인간의 초능력을 이끌어내는원천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한 에드워즈의 견해다.
그는 그것을「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未知)의 에너지」로 보았다.『그 에너지는 현재 실용되고 있는 계기(計器)로써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신묘(神妙)한 것이며,오늘날 우리들은 의식적으로든,무의식적으로든 그 에너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이 책의 서문에 쓰고 있는 것이다.
초능력의 원천을 「미지의 에너지」로 간주한 에드워즈의 견해는동양학에서 말하는「기(氣)」의 개념과 상당히 닮아 있다.
학문적으로는 「생태계 일반을 두루 관통하고 있는 우주의 생명력」이라 하고,보통 「음양(陰陽)이 조화를 이룬 생명 에너지」라 하기도 하지만 「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에너지」로남아 있는 것이다.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도,만져지지도 않지만 「기」는 인체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론가들의 말을 믿는다면 「기」가 장수(長壽)에 도움을 주고,불치병.난치병 치료에도 유효하며,그 이상의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터무니없 는 것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기」전문가인 한 대학교수가 최명석(崔明錫)군이구조되기 10여시간 전 현장에 찾아와 매몰지점등을 거의 정확히예언했다는 사실도 「기」에 의한 초능력의 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과학적으론 설명될 수 없다지만 이런 방법으로라도 생존자를 더기대해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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