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살해… '탄핵 테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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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정국'을 맞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경찰이 한나라당사를 에워싸고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경찰에 경비.경호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협박과 특정인에 대한 테러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또 야당 당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폭파 위협까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폭파.살해 위협=국회의사당과 여야 당사를 폭파하고 '노사모' 핵심인물 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14일에도 이어졌다.

14일 오전 4시쯤 서울경찰청 112지령실로 "민주당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으나 용의자는 찾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13일 서울에선 세 차례의 협박 전화가 잇따랐다. 韓모(48.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가 이날 오후 9시26분쯤 서울경찰청 112지령실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를 걸었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혀 즉심에 넘겨졌다.

또 5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이날 오후 8시50분쯤 국회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이민을 가든지 더러워서 못 살겠다. 국회를 폭파시키겠다"고 협박, 경찰이 국회 주변을 수색하는 한편 발신자 추적에 나섰다.

곧이어 40~5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서울경찰청 112지령실에 전화를 걸어 "구국결사대원인데 열린우리당사를 폭파하고 정동영.문성근.명계남.유시민씨를 10일 안에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발신지 추적을 통해 범인이 전화를 건 구로동 신도림역 전화부스를 찾아내고 지문을 채취해 범인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이에 앞서 12일 오전 11시25분쯤에는 국회의사당 본관 옥상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고, 오후 8시31분쯤에는 한나라당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건 30대가 붙잡혔다.

◇경비 강화=본인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근접 신변보호 중인 국회의원은 15명. 김기배.박원홍.이경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9명, 추미애.장재식.김영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명에 자민련 김학원 의원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는 전담 경찰관이 두명씩 파견돼 밀착 경호한다.

경찰은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당 대표 자택에는 각각 1개 분대.순찰차 한대.정보요원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야당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비롯한 현역 의원 자택에 대해서는 정보수집과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 경비도 평소 경찰 1개 중대가 맡던 것을 현재는 3개 중대로 늘렸다. 경비를 서지 않던 헌법재판소장 공관에도 40여명의 병력이 배치됐다. 정당.미군 관련 시설 등 경찰이 경비를 펼치는 대상이 78개(26개 중대)에서 14일 333개(57중대)로 늘었다.

지난 13일에는 경기도 오산시 오산동 한나라당 강성구 의원의 사무실에서 탄핵 반대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멩이에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해 각 정당 지구당사에 대한 경비가 강화됐다.

배노필 기자<penba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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