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주회사 ‘드림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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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31일 ‘서울대지주회사’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요 의사를 결정할 예비 이사회도 구성했다. 재계의 거물과 최고위 관료까지 망라한 초호화 ‘드림팀’이다. 서울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5월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노 전 사장은 현대그룹의 ‘재무통’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현대건설 종합기획실에서 재무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적자 상태의 현대상선을 맡아 흑자로 바꿨다. 그는 앞으로 ‘지주회사 추진단장’을 맡아 설립을 주도한다.

산학협력단이 이날 밝힌 예비 이사회 명단도 화려하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이희범(무역협회 회장) 전 산자부 장관, 강덕수 STX 회장,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손영복 기술거래소 사장, 이종서 교직원공제 회장,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사장, 권성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권욱현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 임광수(임광토건 회장) 서울대 총동문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 국양 연구처장이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 설립과 함께 이사로 추대된다.

서울대가 로스쿨 설립을 위해 로펌 ‘김&장’에서 영입한 신희택·박준 법대 교수도 추진단의 일원으로 지주회사 설립에 참여한다.

서울대는 1일 산학협력단을 발족한다. 연구비와 지적재산권 관리, 지주회사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한다. 다음은 초대 노정익 CEO와의 일문일답.

-‘기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서울대의 매력은.

“브랜드 파워다.”

-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요즘 시중에 돈이 넘친다. 그런데 투자할 만한 신뢰받는 기술이 없다. 그래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돈이 겉돈다. 한국 벤처회사들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서울대지주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서울대라는 이름이 신뢰의 척도가 된다. 또 전문경영인의 축적된 노하우가 우리의 무기가 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추진 고문단에 참가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른 벤처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맨파워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서울대 지주회사의 성패를 가를까.

“경영이다. 학교와 완전히 분리된, 학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경영만이 기업을 살린다. 서울대는 정부와 연결돼 있고 그러다 보면 기존 체제로는 한계가 있었다. 지주회사를 세운 이유가 무엇이겠나.”

-‘서울대’라는 이름 때문에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될 수 있다.

“기업은 기업이다. 지주회사를 세운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뛰어난 벤처들이 중간에 망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부실한 경영이다.”

-대학 지주회사 최초의 CEO가 됐다. 소감은.

“서울대지주회사는 어느 정도 공적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한국 지적재산권 분야를 사업화하고, 그 잠재력을 살리는 일이다. 30년을 사기업에서 일했다. 남은 힘을 쏟아 붓겠다.”

강인식 기자

◇서울대지주회사=법인화를 앞둔 서울대는 자립을 위한 수익구조를 갖춰야 한다. 지주회사는 교육·제약·동물복제·전자·나노 분야의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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