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장세동씨 ‘수지 김 사건’ 조작 책임 … 9억원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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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세동(69·사진) 전 안기부장이 전두환 정권 시절 ‘수지 김 사건’을 은폐·조작한 책임으로 9억여원을 국가에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국가가 장 전 안기부장과 수지 김 살해범이자 전 남편인 윤태식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장씨는 9억여원, 윤씨는 4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윤씨는 1987년 1월 홍콩에서 아내 김씨를 살해한 뒤 월북하려다 실패했다.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은 안기부로 신병이 인도된 윤씨에게 “조총련계 공작원이 북한공작원 김옥분(수지 김)을 통해 당신을 납북하려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

나중에 수지 김을 간첩으로 조작했다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 김씨의 유족은 2000년 3월 윤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2002년 5월엔 국가와 윤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족은 국가가 위자료 42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국가는 윤씨와 장 전 안기부장, 전직 안기부 간부들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윤씨에게만 4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장씨와 전직 안기부 간부들에 대한 청구는 공소시효 소멸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장씨에 대해서도 9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장씨가 사건에 관여한 정도와 역할을 보면 국가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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