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재계 "우리 경제 충분히 성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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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탄핵 정국'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은 차분한 편이다. "향후 정국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통상적인 경영활동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한 대기업은 지난 12일 월례 경영회의를 하던 중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접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논의 없이 회의를 마무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탄핵 사태가 일반 기업들의 경영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예단해 걱정부터 하면 오히려 심리적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LG 등 주요 기업들은 물론 주한 외국기업들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접촉한 결과 '북한 핵문제' 등과 같은 돌발변수와는 다르게 보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태미 오버비 주한미상공회의소(암참)부회장은 "한국은 현 상황을 효율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해외 거래선 동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주말 임원회의를 연 뒤 해외 법인과 지사망에 "지금 중요한 것은 수출전선을 지키는 일"이라며 "해외 바이어에게 이번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라"는 요지의 전문을 보냈다.

삼성도 계열사에 "동요하지 말고 돌발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매출 부진으로 고전 중인 유통업계와 재래시장은 경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마트 남창희 마케팅실장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2일 롯데마트의 매출액이 평소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며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돼 소비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 문제 등 경제 외적인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우리 경제가 성숙했다"며 "경제주체들이 제 몫을 다하면 탄핵 정국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던 경제 관련 행사들은 다소 힘이 빠지게 됐다.

18일 열릴 경기도 파주LCD단지 기공식에 대통령의 참석이 어려워졌다.

또 세계 처음으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 등 연구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포상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될 공산이 크다.

고윤희.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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