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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회사 대장정] 8. 디이자동차·상하이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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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중국 지린(吉林)성의 성도 창춘(長春)시에 있는 디이자동차의 폴크스바겐(아우디) 생산라인. 생산설비는 대부분 독일에서 들여 왔으며, 한국의 현대자동차보다 자동화가 잘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이 측은 당초 사진 촬영을 금지하다가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으로 소형 디지털카메라 촬영만 허락했다. [창춘=김경빈 기자]

"사자와 양의 달리기 경주에서 배운다(獅子與羊賽)."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디이(第一)자동차의 경영전략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중국 내에선 사자처럼 군림하지만 세계에선 아직 양처럼 보잘것없는 위치라는 자성이다. 또 하나는 양이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듯이 선진 기업을 쫓아가자는 뜻이다. 상하이(上海)자동차에 경영전략을 물어보면 '런차이(人才)'라는 답변을 듣는다. 인재가 없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얘기다.

디이와 상하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다. 디이는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의 중국 최대업체이고, 상하이는 중국 최대의 승용차 메이커다. 두 회사를 합하면 자동차 생산량(디이 75만대, 상하이 70만대)은 145만대로 중국 전체(지난해 318만대)의 절반에 가깝다. 이들은 향후 10년 내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외국기업을 최대한 활용하자=중국 북방의 지린(吉林)성 성도인 창춘(長春)에 위치한 디이에선 요즘 4W운동이 한창이다. 내 고객은 누구(Who)이며 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What)인가, 나는 고객을 위해 무엇(What)을 할 것인가, 나는 고객을 위해 무엇(What)을 할 수 있는가 등 네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디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독일 폴크스바겐(VW)의 '고객제일주의'에서 원용한 것이다. 주웨이청(朱偉成) 기술담당 부사장은 "외국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4W운동을 선언한 지 3년째. 회사 업무시스템은 대부분 전산화했고 직원들은 매달 기술전문화 교육을 받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있던 20여개 부품공장도 단지 내에 입주시켰다. 효과는 2년 만에 나타났다. 지난해 1130억위안(약 17조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4%의 고성장을 이뤘다. 주력제품인 제타(Jetta)는 지난해 중국에서 11만대를 판매, 단일 차종으로 자국 내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1991년 폴크스바겐과 합작한 디이VW를 설립할 당시 5% 내외에 불과하던 국산화율도 지난해 80%대까지 높였다. 지난해는 폴크스바겐과 공동으로 연산 15만대를 처리할 수 있는 도장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용접과 프레스 기술은 선진 수준에 도달했지만 차에 색칠을 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2002년 8월엔 도요타와 합작사를 설립, 디자인과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합작법인 그룹이다.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 6개국의 기업들과 무려 58개 합작법인을 경영하고 있다. 지난 연말엔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다 중국의 란싱(藍星)그룹에 밀렸지만,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인 '상하이VW(上海大衆)'에 대한 폴크스바겐과의 공동경영도 지난해 20년간 더 연장했다. 20년간 더 배우기 위해서였다. 부품 기술 향상을 위해 상하이자동차는 매년 400여개 부품공급업체 부품을 품질수준에 따라 A.B.C등급으로 구분하고 A등급 부품업체에는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에서 배운 것이다. 이 덕에 중국의 대표적인 승용차인 산타나의 국산화율은 95%까지 접근했다. 이 회사 후마오위안(胡茂元)회장은 "외국과 합작을 많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남보다 먼저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방위 후원=상하이시는 상하이자동차가 생산하는 산타나 한대당 2만8000위안을 징수한다. 이렇게 조성된 국산화기금은 88년 이후 50억위안(7500억원)에 달한다. 시 정부는 이 돈을 시내 400여 자동차부품업체들에 연 2% 내외의 저리로 장기 융자한다.

지난해 상하이VW가 회사 공동경영을 20년간 더 연장하자 시정부는 폴크스바겐의 기술 이전이 약속대로 행해진다는 조건하에 향후 2년간 세금을 면제해줬다.

중앙 정부는 한 술 더 뜬다. 98년 생산하기 시작한 디이의 A6형 아우디 승용차를 관용차로 지정, 자동차산업을 지원했다. 지난해 판매량 4만여대 중 절반 이상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사들였다.

또 중국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까지 디이.상하이.둥펑(東風)자동차 등 3개 메이커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덩치가 커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5~10개 정도의 자동차부품생산 그룹을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국립 자동차연구개발센터를 6~8개 설립해 자동차의 기술독립을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특별취재팀=김영욱 전문기자(팀장), 김형수.최형규.김경빈 기자, 친훙샹 중국 베이징대 교수,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김경빈 기자<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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