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동북아중심은 문화산업 키우기부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김영훈(52) 대성그룹 회장은 이달 말 발족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문화산업특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는다. 재계 차원의 문화산업 육성 방안 등을 추진하는 자리다. 김회장은 기업 경영에서도 문화 사업에 적극적이다. 대성은 최근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영화 등 문화 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계열사인 바이넥스트를 내세워 지난해 영화 '올드 보이' 등에 투자한데 이어 올 초 100억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별도로 조성했다.

김회장은 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직접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고 영화 감독도 만난다. 그는 "앞으론 직접 영화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전국 여러 곳에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성은 지난달 아동복(브랜드명 아우어큐)을 내놓으면서 의류 사업에도 진출했다. 창업 이후 50년 넘게 에너지 사업에만 치중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회장은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되려면 중국과 일본 국민(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며 문화산업에 매달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 편의 영화와 한 곡의 노래가 '이웃'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회장은 해외 유학시절 '문화의 위력'을 실감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총성이 멈추지 않는 이스라엘의 외곽 지역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그때 인근의 허름한 극장에서 상영 중인 태권도 소재의 한 영화가 그를 구했다고 한다. 김회장을 납치하려던 치한이 "당신도 태권도를 하느냐"고 묻자 김회장은 "한국 사람은 모두 태권도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치한은 줄행랑을 놓았다는 것이다.

대성은 신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주력인 에너지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매립장에서 가스를 추출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가스공급 벨트 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중국 상하이 구간의 해저 5천㎞를 파이프로 연결해 인도네시아의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APEC이 세운 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김회장이 맡고 있다. 몽골에선 태양빛을 활용한 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성그룹은 창업주인 김수근 회장이 2001년 타계한 직후 2세 간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룹 분할작업을 통해 3형제가 각각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김영대 회장이 모기업인 대성산업 등을 운영 중이고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계열을 맡았다. 3남인 김회장은 대구도시가스.경기케이블방송 등을 경영하고 있다.

김회장의 여동생인 김성주 사장은 패션업체인 성주인터네셔날과 디앤디 두 곳을 운영 중이다.

김회장은 "상호지분 정리를 통해 그룹 분할 작업이 마무리됐다"며 "다만 3형제가 '대성'이란 브랜드는 공유하기로 해 '독립국가 연합'형태로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성그룹은 1947년 연탄 사업체로 출발해 석유.도시가스 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삼천리그룹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전문 그룹으로 꼽힌다.

고윤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